우리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단이 기자회견을 갖고 반미 시위 확산자제 운운한 것은 살인미군에 대한 재판결과의 심각성과 국민정서를 전혀 고려치 않은 참으로 분별없는 처사로 규정하지 않을수 없으며,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도대체 우리나라 경제단체는 국적이 어느나라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 경제단체는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과 처절하게 짓밟힌 한국인의 자존심보다 '수출'과 '외국인 투자유치'가 그렇게도 소중한가. 그러나 외국군대의 장갑차에 나이어린 여학생이 짓밟혀도 저항하지 못하는 '불안한 국가'와 '인권유린국가'에 투자할 외국인은 더더욱 없을 것이며, 그러한 반인권국가의 제품을 살 외국인도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인들은 14일 저녁 서울시청광장에 십만여명이라는 엄청난 인파가 모여 끓어오르는 울분과 분노를 삭이며 촛불을 들고 질서정연하게 평화적으로 거리행진을 벌이는 우리국민의 모습을 보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는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한국인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인에게 각인시켜주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성숙된 시민의식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매도하는 경제단체의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

또 경제단체는 '반미시위'를 무조건 탓할 것이 아니라 왜 한국인들의 정서에 그러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는지 먼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외국인의 주권과 인권을 철저히 짓밟고 무시하는 국가를 좋아할 세계인은 아무도 없다. 반미시위는 누구의 선동에 의해서 조직된 것이 아니라 바로 미국과 미군이 자초한 결과이다.

아무리 수출도 중요하고 외국인 투자유치도 좋지만 주권국가로서의 존엄과 인권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세계인도 우리를 존경할 것이며 대등한 관계에서 국제교역이 이루어질 것이다.

경제단체는 망국적인 사대주의 근성을 하루빨리 벗어던지고 두 여중생 가족과 전체국민에게 사과하라.

2002년 12월 1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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