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40대 회사원 이아무개씨는 방위사업체에 납품하는 렌즈를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 탄탄한 제조업체였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일거리가 줄었다. 때문에 이씨는 주말에 배달 플랫폼 앱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렇게 휴일을 반납하고 받은 수입은 월 40만원 정도다.

부천에서 청소회사에 다니는 50대 김아무개씨는 저녁이면 대리운전을 한다. 아침 일찍 출근해 오후 4시면 마치는 청소일의 특성 때문에 저녁시간을 활용해 부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주말근무가 사라지며 소득이 감소한 김씨에게 저녁 대리운전으로 버는 소득은 가뭄의 단비였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일을 하다 다쳤다. 그러나 본업일 때 보장받을 수 있었던 산재보험이 부업일 때는 그림의 떡이었다.

산업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더 많이, 더 오래 일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소득이 줄자 이를 메우기 위해 ‘투잡’을 뛰는 것이다. 이들은 새롭게 또 다른 사업체에 채용돼 일하지 않는다. IT기술의 발달로 배달 앱 등을 통해 일거리를 소개받아 일하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내 주변에도 말로만 듣던 플랫폼 노동자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두 사람 사례처럼 플랫폼 노동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 속에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고 일자리를 대신하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특히 2030 세대의 경우 플랫폼 노동이 코로나19 위기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의 정규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30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20대가 21%, 30대가 26%로 해당 연령 전체 취업자 비율 20대(13%), 30대(19%)에 비해 7%포인트 이상 높았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은 안정적 일자리가 되지 못한다. 경기일자리재단의 플랫폼 노동 연구에 따르면 퀵서비스·음식배달 노동자 등 지역 기반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평균 일하는 기간은 약 38개월이었다. 일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숙련도가 높아지는 일반 일자리에 비해 플랫폼 노동은 사고 경험 비율이 늘어난다.

때문에 플랫폼을 통한 이동노동에 계속 종사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 10명중 6명은 싫다고 했다.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는 의견은 31%에 그쳤다. 조만간(2~3년 내) 그만두고 싶다는 의견이 32%, 대안이 있다면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의견이 28%였다.

이처럼 플랫폼 노동은 취약계층 노동자들로 하여금 경제위기 속 고용시장 참가 기회를 확대하는 순기능과 동시에 초단기 노동으로 인한 고용불안·산재위험 노출로 노동시장의 취약성을 강화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플랫폼 노동시장의 취약성을 보완할 것인가. 장기적이고 근본적 해결책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보호하는 것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단기계약에 방치된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 다행히 산재보험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돼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산재보험이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보험료 지원 등이 필수적이다. 경기도의 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료 지원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이동거리가 긴 플랫폼 노동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교통 요지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통해 휴식권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하루 평균 6.8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대리기사들의 주요 휴게공간은 은행 인출기 부스라고 한다. 지자체에서 이동노동자 쉼터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더욱 시급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 플랫폼 노동자들을 자연스럽게 지역의 부족한 일자리 수요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천지역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상한제 시행으로 운수와 운송업종에서 일손이 많이 필요한데 일할 사람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경기도를 비롯해 교통수요가 어느 정도 나타나는 곳에서는 동일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보건의료 분야 일손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의 부족한 일자리로 전환하기 위해 플랫폼 이동노동자들에 대한 전직교육을 일자리 정책으로 시행해 보는 것이 어떨까.

기술발전 속 전통적 노동관계는 급격하게 해체되고 우리 주위에서도 플랫폼을 이용해 경제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고 나면 이들이 더 이상 특수한 노동자가 아니라 사회의 주류 노동자가 될 정도로 그 숫자는 증가할 것이다. 혹자는 플랫폼 노동자수가 많아지면 목소리도 커지고 달라질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기술 플랫폼을 이용해 분절적으로 파편화돼 노동하는 이들은 많아지면 인건비만 저렴해진다.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질 낮은 초단기 일자리로 경제위기 속 기술기업 배만 불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몫이 된다. 건강한 노동시장 형성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와 고용시장 연착륙을 위해 우리 사회가 고민을 더욱 다각화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leeseyha@naver.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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