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절차에 있는 구직자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0조제1항의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해당한다 (대법 2020도5646 선고일자. 2020.7. 9)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관한 처벌 규정인데, 제1항에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는 직장 안에서 보호 또는 감독을 받거나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편의점 업주인 피고인이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를 채용을 빌미로 주점으로 불러내 의사를 확인하는 등 면접을 하고, 이어서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으로 유인하여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고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아르바이트 하러 찾아온 구직자 성추행했는데

고용관계에 있지 않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인정 안되나 

 

채용 절차에 있는 구직자도 '성폭력처벌법'상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해당한다

채용과정에서 구직자를 상대로 한 사업주의 성추행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2020.7.9. 선고, 대법 2020도5646). 대법원 제3부는 최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혐의로 기소된 편의점주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사실관계와 주요 쟁점

 

편의점주 A는 2019년 2월 경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한 10대 남성 구직자 B를 호프집으로 불러내 면접과 함께 술을 마셨다. 면접이 끝나고 B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A는 자신의 집으로 오면 채용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B에게 보냈고, 집으로 찾아온 B를 성추행했다. 계속되는 성추행에 B가 거부의사를 표시하자, A는 채용의사를 번복하기도 했다.

 

1심, 고용관계 부재 이유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불인정

B가 성폭력처벌법이 범죄요건으로 명시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이하 ‘보호·감독 대상자’)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또 다른 쟁점은 B가 보호·감독 대상자라 하더라도, 성추행을 하는 과정에서 성폭력처벌법상 범죄요건인 ‘위계 또는 위력’ 존재했는지 여부였다.

채용 절차에 있는 구직자도 '성폭력처벌법'상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해당한다

재판과정에서 A는 B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보호·감독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위계 또는 위력’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1심은 A의 항변을 수용, B가 보호·감독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직장내’에서 실질적으로 업무나 고용관계 등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실질적 영향력 행사의 전제가 되는 기본 법률관계인 취업 내지 근로계약 성립이 이루어져야 하다”며, “A가 위력을 행사할 때까지 B에 대한 아르바이트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전제가 되는 기본적 법률관계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고용관계 부재로 더 불안한 상태인 ‘보호·감독 대상자’

하지만 2심(원심)의 판단은 달랐다. “인력채용 절차에 있어 구직자는 채용권자의 질의나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으므로 인력채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B는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보호·감독 대상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B가 이 사건 이전 아르바이트 인력채용에 지원해 본 적이 없고, 사건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워 A의 편의점에 채용되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었다”는 사정도 덧붙였다.

이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은 가해자인 A가 피해자인 B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인 위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A는 추행이 이뤄진 장소인 자택으로 유인하기 위해, B에게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는, B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이 발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심은 “A는 B를 사실상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채용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B의 자유의사를 제압해 추행한 것”이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어 “A는 아르바이트 인력채용 과정에서 B가 절박한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위력으로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밝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한 10대 남성 구직자를 성추행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고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다”며 원심판결 이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위력으로써 추행하였는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1.23. 선고 97도2506 판결, 대법원 2019.9.9. 선고 2019도2562 판결 등 참조)”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판결이유의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근로계약 체결 이전 구직자도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사업주(채용권한이 있는 사람)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이 정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형법상 성추행죄, ‘폭행 또는 협박’ 동반해야 처벌 가능

거꾸로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뒤집고 1심 판결을 인용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살펴보자.

채용 절차에 있는 구직자도 '성폭력처벌법'상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해당한다

1심의 결론, A의 주장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에 따른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사용자와 근로자처럼 고용관계가 명확한 상태에서 발생한 범죄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고용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B를 성추행한 A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야한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이다. 성폭력처벌법은 범죄구성 요건으로 ‘위계 또는 위력’을 요구하는데 비해,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을 동반해야한다.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요건이 보다 엄격하다.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린 이번 성추행 사건에서 사업자 A가 구직자 B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바꿔 말해 성폭력처벌법이 없었다면, A가 B를 성추행했다는 명백한 사실이 있었음에도 A를 처벌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범죄, 이런 빈 구석을 메워준 의미있는 판결이다.

 

판결의 의의

형법상 강제추행죄 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를 규정한 법 조항이 존재한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를 구성하기 위한 요건, 폭행 또는 협박 등에 비해 낮은 강도의 위력만으로도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는 현실을 반영한 입법이다. 채용권한을 가진 가해자 앞에 경제적으로 궁박한 구직자의 처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용자나 근로자처럼 명확한 고용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인 구직자에게 행한 사업주의 성추행을 단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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