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의 무분별한 간접고용 행태 제동 걸다

대법원, 외주업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사용자는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 외주업체 소속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직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19.08.29. 선고, 2017다219072).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위탁받은 외주업체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실질적 사용자는 도로공사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원고는 도로공사 외주업체 소속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다. 피고는 한국도로공사다. 피고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8년 사이에 자신이 수행했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외주화했다.

도로공사 직접 고용.png


불법파견에 따른 도로공사 직접고용의무 부담

지난 2013년 2월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도로공사와 외주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실질이 근로자파견계약이므로, 파견법에 따라 2년의 파견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모두 요금수납원 주장을 인용했고, 대법원도 요금수납원 300여명에 대한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의무를 인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앞서 서울고등법원(2심) 판결 이후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외주용역업체 소속 5000여명의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에 고용했다. 그러나 1500명의 요금수납원은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편입을 거부했고, 이들 모두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해지통보를 받아 사실상 해고처분을 받았다.

도로공사 노사 주장.png



이번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참여한 원고는 자회사 편입을 거부한 1500명 수납원 중 일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판결은 이번 소송에서 원고로 참여한 300여명에게만 적용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의 파장은 자회사 편입을 거부하고 해고된 1500명 전원, 그리고 이미 자회사로 편입된 5000여명의 요금수납원 모두에게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요금수납원에 대한 도로공사의 사용자성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피고인 한국도로공사가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과의 관계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다(위장도급에 따른 불법파견인가?). 다른 하나는 위장도급에 따른 불법파견이 인정된다면, 외주업체에서 퇴사하거나, 계약해지를 당한 요금수납원에 대해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다.

사용자성 인정 판단에서 재판부는 근로자파견에 대한 판단기준을 확립한 2015년의 대법원 판례를 법리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파견법을 적용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됨 없이, 원청사용자가 파견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파견근로자가 원청사용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는 등 실질적으로 원청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파견사업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이행으로 확정되고 파견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원청사용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어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 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재판부는 ‘근로자파견에 대한 판단기준(2025년 판례)’을 근거로 요금수납원들이 외주용역업체에 고용된 이후에도 도로공사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했다며, 300여명의 요금수납원과 도로공사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도로공사 파견노동자 직접고용 판결.png



용역계약은 위장도급계약, 실질은 근로자파견계약

재판부는 그 근거로 ▲도로공사의 각종 업무처리지침이나 업무 관련 매뉴얼 등은 요금수납원들의 근무방법이나 업무처리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정하고 있으며 ▲요금수납원들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감독을 도로공사 직원의 임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외주사업체의 문서와 관리대장 등의 내용과 형식에까지 도로공사가 관여하는 등 요금수납원들의 업무처리 과정에 도로공사가 관여해 관리·감독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 로고가 새겨진 근무복과 명찰을 착용하고 도로공사영업소에서 도로공사가 제시한 규정을 준수하며 사업을 수행한 점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영업소 관리자와 협력해 통행료 수납업무 등을 수행한 점을 들어 요금수납원들과 도로공사영업소 관리자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외주사업체의 업무독자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외주사업체의 노무관리를 위하여 영업소 노무관리 가이드를 배포하거나 도로공사 직원을 대상으로 노무관리교육을 실시한 점 ▲외주사업체를 위하여 근무성적평정 실시기준을 수립하여 준 점 ▲외주사업체로부터 소속 근무자들의 근무편성표, 인사발령, 출퇴근 사항 등을 보고받았다는 게 업무독자성을 부정한 이유다. 또 외주사업체가 대체로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직전까지 도로공사 직원이었던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도로공사의 통행료 수납업무의 수행만을 위해 존재한 점을 들어 재판부는 원고용주의 독립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요금수납원들은 통행료 수납업무 외에도 ‘설 연휴기간 홍보캠페인 협조, 통행료 지불수단 선진화 관련 홍보, 단말기 할인판매, 신용카드형 후불 하이패스카드 홍보, 언론사 취재 및 인터뷰 대응요령 숙지’ 등과 같은 비전형적인 업무를 수행한 점을 들어, 요금수납원들의 업무가 도로공사의 업무와 구별돼 해당 업무에 전문성 기술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도로공사와 외주업체 사이의 용역계약은 위장도급이고, 그 실질을 근로자파견계약으로 보아 불법파견이라 판단했던 원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도로공사 판결.png


사직·해고된 경우 직접고용의무 효력 소멸되는가

두 번째 쟁점인 파견법상 직접고용으로 간주되거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근로자가 외주사업체로부터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한 경우, 그로 인해 이미 발생한 직접고용 간주 또는 직접고용 의무 효과가 소멸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파견법 제6조 제3항 단서와 (구)파견법 및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직접고용 간주규정이나 직접고용 의무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를 의미하며, 따라서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를 풀어쓰면, 도로공사의 자회사로 편입된 5000여명의 외주업체 노동자나 자회사편입을 거부해 계약해지된 1500명에 대해서도 사용사업주인 도로공사에게 직접 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공공부문의 무분별한 간접고용 채용 관행 제동

요금수납원으로 조직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자회사 편입을 거부하고 해고된 1500명 모두를 직접고용 하라며, 500여명의 조합원을 모아 도로공사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위장도급으로 직고용의무가 있는 도로공사가 자회사 편입을 거부한 요금수납원 1500명을 계약해지하고 노무수령을 거부했으니 해고라는 논리다. 법원의 판결 취지를 고려하면 도로공사가 불리하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부당해고판정이 나올 경우 도로공사가 지급해야 할 해고기간 중 임금상당액만 1년에 600억원에 달한다(1500명 기준).

위장도급으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한 리스크가 거대한 폭탄으로 되돌아온 경우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판결을 존중하며 채용의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후속조치를 준비해 갈 것이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도로공사의 간접고용 채용 관행에 제동을 걸고, 대규모 간접고용을 통해 초과이윤을 누려온 한국공항공사와 국립대병원 등을 비롯한 공공부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간접고용의 폐해를 원상회복하는 근본적 처방을 외면하고, 자회사 편입이라는 임기응변식 정부의 대책이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문제를 올바로 해결해, 비정규직 사용을 남발한 공기업의 무책임한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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