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성' 계약 형식 보다, 근로 실질 제공 판단

MBC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부당해고’가 주는 의미 

최근 법원은 문화방송(MBC)이 계약직 아나운서에게 계약만료를 이유로 행한 계약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한 아나운서는 근로자에 해당하고, 2년을 초과해 사용하고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19.7.4. 선고, 2018구합74686).
 
사건의 경위

2012년 1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MBC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MBC는 노조의 파업기간 중 2012년 4월9일~2013년 4월8일까지 아나운서 직무를 수행할 A와 1년간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3년 4월9일~2014년 4월8일까지 계약을 갱신한 A는, 2014년 4월9일부터 프로그램별로 회당 출연료를 책정해 보수를 지급받기로 출연계약을 맺었다. 또 MBC와 A는 2016년과 2017년 계약기간을 두차례 갱신했다.

MBC는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2017년 12월31일 A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A는 2018년 2월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MBC의 계약종료처분이 부당해고임을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그해 4월2일 서울지노위는 ▲MBC가 A에게 세세하고 일상적으로 업무 지휘·감독을 한 점 ▲A를 다른 경쟁사의 프로그램에 출연 못하게 한 점 ▲A에게 지급한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A에 대한 MBC의 계약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 판단하고, MBC에 구제명령을 내렸다.

MBC는 이에 불복, 2018년 5월1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 역시 2018년 7월10일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두가지다. 먼저, MBC와 프로그램 회당 출연료 지급을 받기로 하고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한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다. 다음은, A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MBC가 A와의 프리랜서 계약기간 종료만을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행위가 부당해고인지가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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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A가 MBC에 고용된 다른 아나운서와 달리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따라 뉴스 프로그램 앵커업무만 수행했으며, MBC는 A에게 사용자로서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BC는 ▲A가 다른 아나운서와 달리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 ▲A가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막는 등 전속적 노무제공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 ▲A의 앵커업무와 관련해 세부적 지시를 내리거나 A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제3자로 하여금 대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업무속성상 불가피한 것으로 A의 종속성의 증가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A는 MBC에 종속적으로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고,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A가 MBC에 종속적으로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는 MBC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MBC가) 일방적으로 A의 업무내용을 지시하고 업무형태, 업무환경 등을 지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A의 업무수행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며, A가 임금을 목적으로 MBC에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의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근거법리로 대법원의 ‘근로자성 인정 기준’ 판례를 제시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여기서 종속적 관계의 판단기준으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근로자가 구속되는지 ▲노무제공자가 비품이나 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업무를 대행케 할 수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하는지 ▲근로제공관계에서 사용자에 전속되어 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다만, 대법원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대법원 2019.4.23. 선고, 2016다277538 판결 등)”는 입장이다.

MBC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에 A가 사전연습을 해야 했고 ▲A가 방송 후에도 수행업무에 대해 세부적 수정지시를 받았고 ▲A가 전문적 뉴스 진행 외에도 종속적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화초가꾸기, 신문정리 등 일상업무)를 여러 차례 지시한 점을 들어 MBC의 A에 대한 ‘사용종속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와 같은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으로 함께 입사한 동료 김○○가 다른 방송사로부터 출연제의를 받은 사안에서 MBC 보도국은 ‘MBC 앵커이므로’ 불허 답변을 했다는 점 ▲역시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으로 입사한 동료 이○○가 MBC 입사전 제작한 프로그램이 타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것에 관해서도 MBC 본부장급 인사가 문제를 삼은 점 등을 이유로 A와 MBC 간 계약관계의 ‘전속성’과 ‘배타성’을 인정했다.
 

MBC가 계약직 아나운서에 지급한 보수는 근로 대가

 
MBC는 A와 체결한 업무위임계약에서 A에게 연 5502만원의 고정된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프로그램별 회당 출연료를 책정해 지급하기로 했으나, A가 이 사건 업무위임계약(2012.4.9.~2014.4.8.)에 따라 제공한 근로와 이 사건 출연계약(2014.4.9.~2017.12.31.)에 따라 제공한 근로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위와 같은 계약내용은 보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정한 데에 지나지 아니하고, A가 받는 급여가 그가 제공하는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데에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며 A가 받은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MBC가 휴가 등 A의 근로조건에 대해 지휘·감독을 행사한 점 ▲A에게 고정적인 사무공간과 개인사물함 등 편의시설을 제공한 점 ▲다른 MBC 직원들이 근무하는 장소가 A의 사무공간과 구분되지 않는 등 MBC가 A에게 다른 직원과 동등하게 제공한 근무여건을 근거로 MBC의 사용자성과 A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르면, A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기간제근로자다. 따라서 MBC는 2012년 4월9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A와 이 사건 계약을 거듭 갱신하면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했으므로 A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기간제법 제4조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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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MBC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A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해고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의 당사자인 A와 함께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2012년 MBC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할 때 경영진이 대체인력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촛불혁명 이후 부당 해고·징계, 대체인력 채용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당시 김장겸 사장 등이 퇴진하고, MBC 해고자 출신인 신임 최승호 사장이 취임했다. 이후 MBC노조 파업으로 해고·징계를 받았던 노조원이 원직에 복직하면서 MBC 정상화가 진행중이지만, 파업대체인력으로 채용된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파업대체인력 향한 노조원의 곱지 않은 시선 이해 된다


파업대체 인력으로 채용된 이들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MBC노조원의 곱지 않은 시선은 십분 이해가 된다. 이런 정서가 반영된 듯, MBC 경영진은 법률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기간제법에 반한 다소 무리한 해고를 강행했다. 

결국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의 부당해고 결정에 이어,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도 MBC가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MBC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업무를 부여하지 않아, ‘왕따’ 논란도 자초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MBC를 상대로 한 고용노동부 진정 사건 1호의 주인공이 됐다.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MBC노조가 벌인 파업은 우리사회 언론의 공정성을 바로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겪었던 MBC노조원의 희생과 고통을 모르지 않는다. 해서 정당한 파업을 파괴하기 위한 대체인력 채용 등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히 단죄해야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사용자로부터 사용종속성·전송성·배타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가장 약한 고리인 계약직 아나운서에게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게 정의인가는 의문이 든다. 부당노동행위 단죄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구축이 문제라면 단체협약 등 다른 방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체인력으로 입사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원죄’는 어떤 방식으로든 합당한 처분절차를 거쳐야한다는 주장에 반박할 생각도 없다. 

이번 판결은 프리랜서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의미있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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