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서 경영악화 따른 정리해고는 정당성 인정받기 어려워

‘긴박한 경영상 필요’ 정리해고 판단 ‘사업부 아닌 법인’


기업 운영 중 일부 사업부서의 실적악화를 이유로 부서를 축소하거나 외주용역화(도급)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도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건은 사용자가 도급화 대상이 된 부서의 근로자를 정리해고하고 도급으로 전환한 사례다. 하나의 법인내 일부 사업부(또는 사업장)에 한정해 이뤄지는 정리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살펴보자.
 

서울사업부 정리해고 했는데

도급화 과정에서 도급업체로의 고용승계나 전환배치를 거부한 근로자들을 해고한 것은 단순한 인건비 절감 또는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해 단행된 것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정리해고로 보기 어렵다(대법 2015.5.28. 선고, 2012두25873).

이 사건 사용자는 관광호텔을 경영하는 법인으로 서울과 부산에 각각 사업부를 운영해 왔으나, 서울사업부의 계속된 적자로 인해 객실청소 및 미화 등 일부 부서를 도급으로 전환했다(부산사업부는 흑자). 도급전환에 반대한 일부 근로자들이 수급업체로의 전적을 거부하자 사용자는 이들 근로자를 정리해고 했다.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정리해고 긴박한 경영상 필요


지방노동위원에서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중앙노동위에서는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정했다.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 근로자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는 ‘해고에 이를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사용자의 항소로 진행된 2심은 각각의 호텔을 인사노무가 분리된 사업장으로 판단해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긴박한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하는 대상이 서울사업부와 부산사업부를 포함해 법인 전체라고 보아 사용자가 주장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1. 참가인(사용자)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가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돼 있고 노동조합이 별도로 조직돼 있더라도, 서울호텔사업부만을 분리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2. 이 사건 정리해고 무렵 기업신용평가 전문업체인 한국기업데이터 주식회사와 한국신용평가 주식회사는 참가인의 신용등급과 현금흐름등급을 최상위 등급으로 평가했던 점, 원고들의 업무와 다른 분야이기는 하나 이 사건 정리해고 직전에 41명의 신규인력을 공개 채용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참가인의 전반적인 경영상태는 견고했던 것으로 보이고, 참가인의 서울호텔사업부에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참가인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인원을 감축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3.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참가인의 매출규모에 비해 이 사건 정리해고를 통해 해고된 근로자들의 인건비 비율이 약 0.2%에 불과하였던 점, 참가인이 도급으로 전환하기로 한 객실정비, 기물세척 등은 호텔 영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므로 이러한 부문에 대한 도급화 조치는 특정한 사업부문 자체가 폐지돼 인원삭감이 불가피한 경우와는 달리 보아야 하는 점 등까지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4. 이 사건 정리해고는 어떠한 경영상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 또는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해 단행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리해고 4대요건


경영상 해고 요건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라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하고 ▲해고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정하고 ▲정리해고 시행 50일 전에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를 거치는 등 정리해고에 따른 요건 및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1996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정리해고 조항을 명시하기 이전에 이미 판례는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해고를 인정해 왔다. 해고에 이를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정도와 관련 과거 판례의 주류는 ‘기업의 적자, 도산 등 고도의 경영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경우’, 즉 실제 회사가 폐업에 직면했을 정도까지 이르러야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이후 판례는 입장을 완화해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합리성있는 인원 삭감’의 경우에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4.1.15. 2003두11339).


일부 부서의 폐지 또는 도급전환

경영상의 해고에 대해 하나의 법인이 다수의 사업부로 구성돼 있는 경우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함에 있어 법인 전체로 판단해야 할지, 아니면 각 사업부별로 판단을 해야 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판례는 원칙적으로 법인단위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판단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독립돼 있고 ▲재무 및 회계도 분리돼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도 각 사업부문별로 조직돼 있고 ▲경영여건도 서로 달리하고 있다면 각 사업부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법인 전체를 기준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진행한다면 일부 부서의 경영악화가 발생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한 해당 부서에 대한 정리해고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 사업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해당 부서를 대상으로 한 정리해고는 가능하다.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따른 징벌적 해고는 근로자의 잘못에 의해 발생되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에 따른 정리해고는 근로자의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해야 하는 정리해고가 자칫 정상적 경영상황에서 인건비 절감 또는 노무관리 편의를 위해 시행되는 경우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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