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때문에 휴일·교대 근무 거부해 해고…무효

“계약의무 거부, 해고 합리적” vs “두 아이 양육, 초번근무 어려워” 


수습직원의 자녀 양육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근무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3월21일 어린 자녀 양육을 이유로 초번근무와 공휴일근무를 거부한 수습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통보의 정당성을 다툰 재판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19.3.21. 선고, 2018구합50376). 초번근무란 교대제 근무제에서 근무시간을 전환하거나 휴게시간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형태를 말한다.

육아와 잔업거부



◇ 사실관계

원고인 A사는 6400명을 고용해 건물종합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재판 당시 A사는 B사로부터 광주순환도로 중 4구간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 중이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08년 6월16일부터 B사 서무주임으로 근무했던 근로자다. A사와 B사 간 도로 유지·관리 업무 도급계약을 체결하자, 참가인은 B사와 근로계약을 끝내고 A사와 2017년 4월1일~2017년 6월30일까지 3개월의 수습근로계약을 체결했다.


5일간 무단결근, 9회 초번근무 거부가 본채용 거부 사유

A사는 수습근로계약 종료일인 2017년 6월30일, 참가인에 대해 정식채용 부적격 대상자라며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수습기간 중 5일간 무단결근을 했고, 9회의 초번근무 지시를 위반했다는 게 부적격 대상이 된 이유였다.

A사의 본채용 거부통보에 대해 참가인은 2017년 7월11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전남지노위는 같은 해 9월 참가인에 대한 본채용 거부통보는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참가인이 수습평가를 통해 본채용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참가인이 휴무일에 관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그 후 무단결근을 계속한 점 ▲종전 회사(B사)에서도 참가인이 초번근무를 했던 점 등이 기각사유였다.

참가인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초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고, 중노위는 참가인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A사가 참가인의 무단결근 사정이나 이유를 적절하게 청취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참가인이 1세와 6세를 양육하는 ‘일하는 엄마’라는 점을 감안해, 초번근무지시에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이후 A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재판의 쟁점

A사와 참가인 사이에 형성된 쟁점은 본채용 부적격을 이유로 한 근로계약 해지통보를 두고 ‘약정된 노무제공 의무를 근로자가 어린 자녀 양육이라는 사유를 들어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 그러한 근로자의 본채용 거부에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사는 “약정 근로를 성실하게 이행해 줄 근로자가 필요하므로, 계약상 의무인 초번근무 및 공휴일근무를 거부한 참가인을 채용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참가인은 “당시 1세, 6세의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어서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아니하는 오전 이른 시간이나 공휴일에는 근무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초번근무 및 공휴일근무 거부를 이유로 이 사건 해고통보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육아휴직 실태


양육을 이유로 초번근무와 공휴일근무를 거부한 수습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통보의 정당성을 다툰 재판에서, 재판부는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하여, 실질적으로 참가인이 근로자로서의 근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하였고, 그 결과 참가인이 초번근무와 공휴일근무를 수행하지 못하여 수습평가의 근태항목에서 전체 점수의 절반을 감점 당하는 결과가 초래된 만큼,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A사의 본채용 거부통보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기업 존속을 위한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노동력을 제공하여 이익 창출에 기여하며 영유아 역시 장래의 인적자원이 된다는 점에서, 근로자들의 양육문제에 대하여 기업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거나 사용자의 배려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기준도 제시했다.

퇴근후 육아



◇ 재판부의 판단

이에 따라 재판부는 초번근무가 통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보육업무를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출근할 것을 요구하므로, 어린 자녀를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참가인으로서는 정상적인 초번근무 수행이 곤란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참가인의 초번근무 지시 거부가 자녀양육과 충돌되는 상황에서 참가인의 초번근무 지시 거부에 대해 A사가 참가인에게 거듭하여 초번근무를 지시하는 외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한 A사 복무규정에 따라 정당성을 검토하고 배려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A사의 본채용 거부통보가 영유아의 양육은 사회적 연대로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기초로 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입법목적에 어긋나지 않는지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근로자 양육문제, “기업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

이에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 취지에 따라, 참가인이 6세와 1세의 어린 자녀 양육 때문에 무단결근 또는 초번근무 지시 거부에 이른 사정을 A사가 헤아려 “참가인에게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사업주는 만 8세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의 단축과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 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 지원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육지원에 관해 사용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노력의 정도나 구체적 대안은 회사의 제반 상황이나 여력을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A사의 인력현황이나 가동현황, 회사의 규모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휴일근무와 관련하여 참가인의 근로시간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대하는 것이 과도하거나 무리한 정도가 아니다”라며,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합리적인 이유를 인정할 수 없어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퇴근후 고달픈 엄마



◇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사용자 업무지시의 정당성 여부 다툼에 있어서, 일·가정 양립이라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목적을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와 경영환경에 따라 자녀양육에 대한 기업의 배려의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해석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근로자의 자녀양육에 따른 보육시설 설치 등의 여러 부담을 감수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불능력이 필수적이다. 사내 보육시설이나 인력의 활용이 용이한 대기업과 달리,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영세기업은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도 어렵다.

그렇더라도 이는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 해결할 문제이지, 기업환경에 따라 법 해석을 통해 달리 적용할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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