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사고는 출퇴근재해에 해당하고, 그 사고로 기존상병이 악화된 것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서울행정법원 2019.1.16. 선고, 2018구단61348)

‘출퇴근’은 업무수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과정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후, 지난해부터 출퇴근 중 사고는 업무상 재해

재택근무 사례가 심심치 않게 소개되지만, 일터로의 ‘출퇴근’은 근로자의 업무수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출퇴근 자체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출퇴근시 발생하는 재해를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수십년간 계속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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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빙판 사고는 산재



지난해 1월부터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산재로 인정

통상적 출퇴근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시점은, 지난해 산재보상보험법을 개정해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을 신설하면서다. 그 이전까지는 산재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에 따라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학계의 다수설은 해당 법률조항이 산재 적용대상인 ‘업무’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따라 산재보험법은 그 적용대상인 업무의 범위를 기존의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에서 ‘용변 등 생리적 필요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또는 ‘휴게시간 중의 사고’ 등으로 확대해 왔다.

특히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출퇴근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면서,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 뿐만 아니라 산재보험법이 일반 근로자에게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출퇴근 재해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반면, 특수직역종사자(공무원·교원·군인)의 경우에는 개별법령에 따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 모두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이처럼 일반 근로자와 특수직역종사자 사이에 차이를 둔 것 역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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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 헌법불합치

이런 상황 속에서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을 통해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적 이유없이 비혜택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사업장의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비혜택근로자는 산재보험에 가입됐더라도 출퇴근 재해를 보상받을 수 없는데,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게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다.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경우 산재보험 재정상황이 악화되거나 사업주 부담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심판대상조항 옹호론에 대해 헌재는 “보상이 가능한 출퇴근 재해의 범위를 합리적 경로와 방법에 따른 출퇴근행위 중 발생한 재해로 한정하는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17년 9월 국회는 대중교통 및 자가용·도보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는 중의 사고’까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최근 개정된 산재보험법에 따라 출근 도중 발생한 낙상사고를 산재로 인정한 법원판결이 나왔다(서울행정법원 2019.1.16. 선고, 2018구단61348).


사실관계

원고는 건설회사 안전반장으로 근무하던 자로, 공사현장으로 출근 중 횡단보도 앞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뒤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원고는 우측 어깨 회전근개의 근육 및 힘줄이 파열됐다는 주장과 함께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요양급여신청)을 했다.

이에 피고는 “사건의 발생경위 자체를 신뢰할 수 없고, 이 사건 상병은 만성파열이므로 이 사건 사고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요양급여신청을 거부했다.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사고발생을 목격한 동료근로자의 진술서, 치료를 받은 병원 주치의 소견 등을 근거로 이 사고가 원고가 출근하는 도중에 실제로 발생한 것으로서, 해당상병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이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며, 피고의 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원고의 동료근로자들은 ‘목격자 진술서’를 통해 원고가 출근하면서 “○○○역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졌다”고 말했고, 전화통화를 통해 “현장에 출근 중 현장 앞 횡단보도 앞에서 넘어져서 어깨를 다쳐 출근을 못했다”고 말했으며, 현장사무실에서 내려오는 원고를 만나 “출근길에 미끄러져 어깨를 다쳐 병원에 가려고 한다. □□산업 현장에 있을 때, 어깨가 자주 탈골돼서 안 좋았는데, 이것 때문에 그만두는 거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발생 경위와 관련한 목격자들의 진술서에 이 사건 사고발생 장소가 원고가 요양급여신청서에서 진술한 발생장소와 다르게 기재되어 있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보험금을 지급 신청하며 보험사고 내역란에 사고발생 장소를 ‘주거지’로 기재한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사고발생 경위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사고발생 이전인 “2018년 1월31일 시행된 MRI 소견상 회전근개 만성파열의 소견이 있다”는 피고 자문의의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이 사건 사고와 원고의 상병 간 인과관계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출퇴근길 빙판.png

출퇴근길 빙판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이 사건이 실제 출근 중에 발생한 사고인지 여부 ▲이 사건 사고가 출근 중 발생했다면, 이 사건 사고와 이 사건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였다. 즉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그 전부터 원고에게 있었던 우측 어깨 기존 상병 때문인지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이 사건 사고가 사고 발생일 당시 원고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는 도중에 실제로 발생했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판단 근거로 재판부는 ▲목격자들이 사고발생 장소로 지목한 장소와 원고가 요양급여신청서에 기재한 장소가 다소 다르게 기재됐지만, 그 내용 모두 공통적으로 사고발생일 출근시간에 원고로부터 사고발생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점 ▲목격자들이 사고발생 장소로 전해 들었다는 장소와 원고의 요양급여신청서상 사고발생 장소가 다소 다르게 기재됐더라도, 이는 목격자들이 진술서 기재과정에서 원고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였거나, 자신들의 기억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에 다소 차이가 발생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어서 해당 사정만으로는 사건발생 자체를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원고의 상병 발병은 원고의 우측 견관절 부위에 외상으로 인한 급성파열 때문이라는 법원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으로 볼 때 원고의 우측 견관절 부위에 외부적으로 충격을 주는 사실 자체는 존재했던 것으로 추단되는 점 ▲원고가 ‘미끌림, 걸림 및 헛디딤에 의한 동일 면상에서의 낙상’을 사고내용으로 하며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던 점 등을 들었다.

법원은 두번째 쟁점인 이 사건 사고와 이 사건 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 인정여부에 대해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정하는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를 원용했다.

앞서 대법원은 판례(대법원 2005.5.12. 선고, 99두11424/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두24860 판결 등)를 통해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정하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와같은 판례법리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사고발생 이전부터 어깨의 충격 증후군, 회전근개증후근 등으로 여러 차례 진료와 우측 견관절 충돌증후군을 원인으로 수술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사고발생 전 우측 견관절 MRI와 사고발생 후 우측 견관절 MRI를 비교했을 때 기존 원고의 겹갑하근 부분 파열크기가 현저하게 커져 있고, 부종도 확인되어 만성파열이 아닌 급성외상이라는 법원 감정의의 소견을 종합해 원고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통상의 출퇴근 재해에 대해 업무상 재해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통상의 출퇴근 경로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업무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개정 산재보험법의 취지에 충실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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