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복장 및 용모규정등 취업규칙을 통해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대법원 2018.09. 선고, 2017두38560) 


캐나다의 한 골프장에서 웨이트리스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해고됐다.

회사는 여성직원의 경우 유니폼 셔츠 안에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한다며 규정 위반을 주장했고, 여성노동자는 여성직원만 속옷을 입어야 한다는 규정은 성차별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현재 캐나다 인권재판소에 계류중이다.

업무상 필요에 따라 직원의 복장·용모에 기업이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기업의 의사결정 자유, 영업의 자유 영역에 해당할 수 있다.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이라면, 직원의 용모가 특히 기업에 대한 만족도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그러나 기업의 복장·용모 제한은 개인의 개성을 발현하는 두발·복장 등의 상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직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했다.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헌법상 기본권이란게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는 모든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을 자유를 내용으로 하고, 그 보호영역에는 개인의 생활방식과 취미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헌법재판소 2014.4.24. 선고, 2011헌마659 결정).

캐나다 골프장 웨이트리스 해고사건처럼 취업규칙을 통해 기업이 직원의 복장이나 용모를 규제하는 경우,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와 기업 의사결정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3조제1항(재산권보장)이 충돌한다.

턱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이 소속 조종사 A에게 부과한 징계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최근 나왔다.

대법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 최종심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18.09. 선고, 2017두38560). 이 사건에서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이고, 항공기 기장 A는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최근 나온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09. 선고, 2017두38560)을 보면, 원고인 아시아나항공은 취업규칙인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 규정’을 통해 남자직원의 경우 ‘안면은 항시 면도가 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수염을 길러서는 아니된다(면도의무조항)’고 정했다. 다만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한다’는 예외규정을 뒀다.

면도의무조항…내국인은 턱수염 금지, 외국인은 허용

항공기 기장인 피고 보조참가인은 2014년 9월경 원고의 안전운항팀장으로부터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면도의무조항에 위배되므로 면도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참가인은 “면도의무조항이 참가인과 외국인직원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참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시에 불응했다.

이에 원고는 2014년 9월12일부터 9월말까지 참가인의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참가인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구제신청을 지방노동위원회가 기각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참가인에 대한 비행정지가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고, 그로 인해 참가인이 입은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초심판정을 취소했다.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 원고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뒤집어 ‘부당비행정지’라고 판결했다(서울고등법원 2017. 2. 8. 선고 2016누 50206). 이후 원고는 원심취소를 구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기업 의사결정의 자유, 영업의 자유’…무제한적 아니다

기장 수염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외국인과 달리 내국인에게만 적용되는 면도의무조항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무효인지 여부다.

대법원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근로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제32조제3항과 근로3권을 보장한 제33조제1항을 설명하고, “기업 의사결정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그 의사결정과 관계되는 또 다른 기본권 주체인 근로자와의 관계 속에서 그 존엄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조정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헌법 제119조제2항이 국가로 하여금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취지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며 “기업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의 자유 등 영업의 자유와 근로자들이 누리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이 ‘근로조건’ 설정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경우에는, 근로조건과 인간의 존엄성 보장 사이의 헌법적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과 함께 기본권들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면도의무조항이 헌법상 영업의 자유에 근거한 것으로 “내국인 남자직원에 대하여만 용모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가함으로써 공서양속에 위배된다거나 참가인을 비롯한 소속구성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면도의무조항은 참가인의 헌법상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근로기준법 제96조제1항, 민법 제103조 등에 따라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제96조제1항은 법령에 위반한 취업규칙의 효력은 무효라는 규정이고, 민법 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취업규칙)는 무효다.

아시아나항공 취업규칙인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 규정’에 남자직원의 면도의무조항이 있지만 외국인의 경우 예외규정을 둔 것과 관련, 대법원은 면도의무조항이 내국인 남성직원에게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하고 있다며, 헌법 제11조제1항이 정한 평등원칙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대법원 2018.09. 선고, 2017두38560).

헌법 제11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이에따라 근로기준법 제6조는 ‘성별,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데, 내국인 남성직원에게 적용하는 면도의무조항이 근로기준법 제6조 등을 위반해 무효라는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의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써, 법령을 적용할 때뿐만 아니라 입법을 할 때에도 불합리한 차별취급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한다(대법원 2007.10.29. 선고,2005두14417 등 참조).

대법원 복장 용모 국적 차별


이밖에도 ▲원고가 항공운항의 안전을 위해 항공기 기장의 턱수염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합리적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 ▲항공기 기장을 포함한 외국인 직원들에게는 수염을 기르는 것을 부분적으로 허용해 왔던 점 ▲다른 항공사들도 운항승무원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는 점 ▲원고가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개별적인 업무의 특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염의 형태를 포함해 용모와 복장 등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워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개인 용모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인식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변화된 사회 현실 속에서 직원들이 수염을 기른다고 해 반드시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식과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해당직원이 타인에게 혐오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외모 및 업무성격에 맞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수염을 기른다면, 그것이 고객의 신뢰나 만족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헌법 제23조에 따른 기업의 영업의 자유와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된 국민의 행동자유권이 충돌했을 때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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