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죄는 고의만으로 충분하고, 성적인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대표가 회식 장소에서 여성 직원에게 헤드락을 한 것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는 회사의 대표가 회식자리에서 소속 여성직원의 머리를 감싸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일명 ‘헤드락’을 하고, 손가락으로 피해 여성직원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드는 등 피해 여성직원을 강제 추행했다고 기소된 사안에 대해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추행이란 성욕의 흥분 또는 만족을 얻을 동기로 행해진 정상적 성적 수치감정을 심각하게 해치는 성질의 행위로,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형법 제 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회사 대표가 회식 장소에서 여성 직원에게 헤드락을 한 것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대법원 2020.12.24.선고 2020도7981)

사실관계

피고인은 회사의 대표로 52세의 남성이고, 피해자는 피고 회사의 26세 여성직원이다.

회사 대표가 회식 장소에서 여성 직원에게 헤드락을 한 것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다

피고는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회식 중 피해자의 혼인유무를 묻는 거래처 대표의 질문에 “얘네는 내가 이혼하면 나랑 결혼하려고 안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피고는 왼팔로 피해자의 머리를 감싸고 피고인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피해자의 머리가 피고인의 가슴에 닿게 하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2회 쳤다. 이후 피고는 거래처 대표와 다른 대화 도중 피해자에 대해 “이 년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고 말하며, 갑자기 손가락이 피해자의 두피에 닿도록 양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고, 이후 갑자기 피해자의 어깨를 수회 치며 추행했다.

동석했던 일행 중 한 명은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이러면 미투다” 등의 표현을 한 사실도 있었다.

사건의 쟁점과 원심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일명 ‘헤드락’ 행위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하는가 여부다.

원심 판결(서울중앙지법 2020.5.29. 선고 2019노2513 판결)은 사건이 발생한 음식점이 개방된 홀과 여러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는 중국집으로 공개적 장소였으며, 피고인과 피해자외 다른 사람들이 동석한 점,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신체부위인 머리나 어깨가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부위라 보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헤드락’을 걸면서 머리를 치거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고 어깨를 수회 친 것이 성적 의도가 있었다 보긴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 추행에 해당된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 판결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연봉 협상과정에서 피해자의 이직을 염려하던 피고인의 발언 즉, “이 년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 역시 피고인의 성적인 언동과 결합됐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동석한 일행 중 한 명이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이러면 미투다’라고 표현한 사실에 대해서도 “성범죄인 강제추행죄를 염두에 두고 한 진지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뿐만 아니라 원심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으나 모멸감과 수치심, 불쾌감을 느꼈다는 취지의 진술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욕설과 모욕적 언동으로 느낀 불쾌감, 수치심과 구분된 성적 수치심을 명확하게 감지하여 진술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강제추행죄의 추행으로 보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행위 전후에 피해자에게 한 언동에 비추어 성적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이 일명 ‘헤드락’을 통해 피해자의 머리를 가슴 쪽으로 감싸 안은 것이나,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 흔들었던 점으로 볼 때 “접촉부위 및 방법이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행위이며 피해자의 피해감정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된다”고 했다.

회사 대표가 회식 장소에서 여성 직원에게 헤드락을 한 것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다

대법원 재판부는 또한 “기습추행에 공개된 장소라는 점이 추행 여부 판단의 중요 고려 요소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동석한 사람이 피고인을 말린 것을 근거로 피고인의 행위가 “제3자에게도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인식되었다 보인다”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하며 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의 2015년 판결(대법원 2015.7.23. 선고 2014도17879 판결)을 판단의 근거가 되는 법리로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하”다며, “그 외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시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52세의 기혼 남성인 피고인과 만 26세의 미혼 여성인 피해자가 고용관계이며, 사건 전후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얘네는 내가 이혼하면 나랑 결혼하려고 결혼 안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을 근거로, 피고인의 말과 행동은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인 의도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부위에 따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헤드락’ 행위로 피고인의 팔과 피해자의 목 부분이 접촉되었고 피해자의 머리가 피고인의 가슴에 닿았는데, 그 접촉 부위 및 방법에 비춰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행위로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반복되는 행위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거나, 당시의 감정에 대해 “소름끼쳤다”고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 표현을 사용했던 점,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 불쾌감을 느꼈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이러한 피해자의 피해감정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된다고 했다.

나아가 이와 같은 추행행위의 행태와 정황 등에 비춰 피고인의 강제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에게 성욕의 자극 등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거나 피해자의 이직을 막고 싶다는 동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추행의 고의 인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 행위에 대한 판단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 등을 만지는 행위 등으로 좁게 성적 의도를 판단하는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가해자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행한 성폭력 가해행위에 대해 성적 의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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