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뉴스

'사용기간 2년' 역이용… 비정규직法, 되레 비정규직 발목 잡아

'2년 파견 후 2년 기간제' 반복…

"일시적 정리해고 등 도입으로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 높여서 대기업 비정규직 수요 줄여야"

경기도 평택시 A초등학교에서 2010년 3월부터 방과후 학생들을 돌보는 일을 한 박모(43)씨는 근무한 지 만 2년이 다 돼가던 지난달 20일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재미가 붙어 계속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뿌리치고 새 직원 채용 공고를 냈다. 박씨와 비슷한 시기에 채용된 교무보조나 청소 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비정규직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A학교가 이들을 해고한 것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비정규직보호법 조항 때문이다.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기 때문에 박씨 등을 일단 해고한 뒤 다른 비정규직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B자동차부품회사는 전체 근로자 270여명 가운데 약 100명이 비정규직이다. 최근 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실태조사 결과, 이 회사 역시 이들 비정규직들을 5개의 파견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일정 기간 사용했다가 해고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이나 기간제 근로자 등 전국 550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지난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오히려 더 심각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근무한지 2년 이상이 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법 규정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이른바 '회전문 채용' 등 각종 편법을 도입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파견 근로자를 해고한 뒤 필요한 인력을 기간제 근로자나 다른 파견 근로자로 채우는 등 돌려막기 식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실장은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기업들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비정규직법을 섣불리 도입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법 정신을 그대로 준수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제도를 도입한 과거 정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우선 정규직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차별은 시장의 수급 문제가 핵심인 만큼 시장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시적 정리해고(lay-off) 제도 도입 등으로 정규직에 대한 고용 유연성을 높여 대기업의 비정규직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업무에 대해서는 아예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하는 등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유경준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정규직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상시·지속적으로 수행되는 업무는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없도록 하거나, 비정규직을 차별한 기업에는 근로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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