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뉴스

사실상 부당해고 … 근로연장 ‘기대권’ 인정

1년 또는 2년 등 일정 기간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경우 ‘부당해고’처럼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한 번도 계약을 갱신한 적이 없거나 문서로 된 갱신 규정이 없는 노동자에게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장애인 콜택시 운전사 권모씨(51) 등이 근로계약 연장을 부당하게 거부당했다며 제기한 부당해고 재심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대법원이 2006년 내놓은 계약직 보호 판결과 같은 맥락이지만, 기존 갱신이나 문서 규정이 없는 노동자에게 적용됐다는 점에서 혜택의 범위를 넓히고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노동조합 간부인 권씨 등은 2002년 12월 서울시설공단이 보조하는 장애인 콜택시를 1년 계약으로 운행하다 첫 계약이 끝나던 2003년 12월 기준점수 미달을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당했다.

이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2005년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006년 서울고법 2심에서는 패소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는 계약을 연장·갱신한 적이 없는 만큼 재임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고, 사측이 계약을 거절한 ‘기준점수 미달’이란 사유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권씨 등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4년5개월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 있거나 반복적으로 갱신된 경우는 물론,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정을 종합해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기대권이 있으면 기간 만료 후에도 종전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마찬가지이고, 이에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처럼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권씨 사건에 대해선 “서울시설공단은 기준점수 70점 이상이면 모두 계약기간을 연장해왔는데 평가요소가 평가자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것들”이라며 “운전기사들로서는 계약이 갱신된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또 “(미달 점수를 부여한) 심사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고 일부분은 자의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도 있어 권씨에 대한 갱신 거절은 정당성을 결여해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2006년 확립된 갱신 기대권 판결을 바탕으로 근거서류나 기존에 갱신하지 않은 노동자도 근로계약 갱신이 기대되는 경우, 사측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해고에 준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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