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뉴스

서지현 검사, 미투, ‘미퍼스트’ 그리고 르노삼성

대법, 성희롱 피해자 도운 근로자 징계 위법…손해배상책임도 인정 

기사입력2018-02-07 19:11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다른기사보기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한국판 ‘미투(Me Too)’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서 검사 주장에 따르면, 8년전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서 검사가 이를 바로잡고자 했으나, 법무부와 검찰은 이 사건을 덮었다. 나아가 성추행 피해자인 서 검사는 검찰로부터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또 ‘잘나가는 남 검사의 앞길을 막는다’는 유언비어 등으로 조직내 따돌림도 경험했다.  

집단적인 범죄사실 은폐, 용서할 수 없을만큼 죄질 나쁘다

검찰내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이 사건이, 8년이 지난 지금에야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결과론이지만, 법무부와 검찰 구성원중 어느 누구도 서 검사가 겪었을 고통을 공감하지 못했다. 서 검사 ‘편’을 들어 예상되는 조직내 압력을 감안해도, 검찰의 집단적인 범죄사실 은폐는 용서할 수 없을만큼 그 죄질이 나쁘다. 
 
서 검사 사건의 진행과정은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벌어지는 전형을 그대로 답습했다. 당사자의 아픔은 아랑곳없이 가해지는 상사의 회유 또는 협박, 그래도 반발하면 업무배제 등 인사상 불이익, 나아가 ‘꽃뱀’논리까지 동원해 조직내 ‘왕따 만들기’. 법률전문가 집단인 검찰에서조차 이러한 고초를 겪을 정도라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일반 사업장에서 구제를 받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서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한국판 ‘미투’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미퍼스트(Me First)’ 운동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지금같이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자체도 문제지만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누구하나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았던 잘못과 반성의 의미도 담긴 목소리다. 

성희롱 피해자 도운 근로자만 찍어 근무시간 미준수로 징계

‘미퍼스트’, 그러나 노동현장에선 와닿지 않는 울림이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당사자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처분을 받은 근로자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 르노삼성은 성희롱피해자 A를 도와준 동료근로자 B에게 1주일 정직처분을 부과했다. 르노삼성 중앙연구소 1000명이 넘는 근로자 중에서 유일하게 B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출입기록를 조사해, 근무시간 미준수를 이유로 징계처분을 내렸다. 성희롱피해자 A는 자신을 도와준 동료 B가 징계를 받자, 자책감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또 성희롱피해자 A는 다른 동료들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그들 역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이 사건 성희롱피해자 A는 자신에 대한 성희롱 피해구제를 법원에 제소하면서, 동료 B에 대한 정직처분 역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제2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르노삼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료 정직처분이 법상 ‘불리한 조치’에 해당되는지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동료 B에 대한 정직처분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이 금지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되는지 여부 이외에도 ▲성회롱 피해 당사자 A에 대한 징계처분의 적법성 여부 ▲성희롱 사건 발생 및 조사과정에 대한 르노삼성의 사용자책임 인정 여부▲‘불리한 조치’와 성희롱과 무관하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 주체 등이다. 여기서는 사업장내 ‘미퍼스트’ 실효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동료 B에 대한 정직처분 위법성 여부’를 우선 다룬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제주여민회 등은 지난 1일 제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사진=뉴시스>

이 사건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동료 B에 대한 정직처분이 남녀고평법 제14조제2항이 금지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성희롱피해자 A의 주장을 기각했다(서울고법 2015.12.18. 선고, 2015나2003264). 성희롱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는 피해근로자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녀고평법 제14조제2항이 정한 ‘불리한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게 기각사유의 요지다. 

동료 부당한 징계처분, 피해근로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

그러나 대법원은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이 아니라 그에게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남녀고평법 제14조제2항을 직접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동료 B에 대한 정직처분이 남녀고평법 제14조제2항이 정한 성희롱피해자에 대한 사업주의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 발생시 남녀고평법령에 따라 신속하고 적절한 근로환경 개선책을 실시하고, 피해근로자 등이 후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정한 근로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남녀고평법 제14조제2항을 위반한 르노삼성에 대해 불법행위책임도 인정했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을 가까이에서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그 조치의 내용이 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면, 피해근로자 등은 불리한 조치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사업주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제3자도 손해 입었다면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배청구 가능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행위 주체에 대해 대법원은 “민법 제750조는 손해배상 청구권자를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며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도 그 가해행위로 말미암아 자신의 법익이 침해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면 가해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보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대법원은 “제3자가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가해자도 자신의 행위로 말미암아 그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서 이러한 책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과 제3자 사이의 사회적 또는 법률적 관계의 내용과 친밀성 ▲가해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경위와 모습 ▲가해행위로 침해된 제3자의 법익의 내용과 그 침해의 정도 ▲가해행위와 제3자의 법익 침해 발생 사이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가해자의 고의나 해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이같은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의 권리 행사에 도움을 준 근로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직후 도움을 준 근로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적으로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하는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도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인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성희롱 피해자에게 도움 준 근로자 보호할 법적근거 판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성희롱피해자를 도와준 동료근로자가 징계한 경우, 그 징계의 적법성 여부를 징계의 당사자가 아닌 성희롱피해자도 다툴 수 있음을 판시한 사례다. 또 성희롱피해자를 도운 동료에 대한 부당한 징계가 남녀고평법 제14조제2항이 정한 사용자의 보호의무를 위반한 위법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성희롱피해자를 도운 동료에 대한 부당한 징계가 민법 제750조가 정한 불법행위에 해당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법리도 세웠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과정에서 피해당사자 이외 제3자가 피해자 구제를 위해 나섰을 때,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판례로나마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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