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뉴스


'고객은 항상 옳다(The customer is always right).'

미국의 대표적 소매유통업체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트의 '고객 철학 제1조'입니다. 스위스의 호텔사업가 세자르리츠의 표현이라는 설이 있고, 미국 최초의 백화점 설립자 가운데 하나인 워너메이커의 지론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의 수필에서 "되새겨볼수록 단순하지만 깊은 철학을 담고 있는 말"이라고 극찬한 표현입니다.

국내에는 '고객은 왕'이라는 표현이 익숙하지요. 고객 만족 경영을 내세우는 수많은 서비스 유통업체가 신봉하는 가치입니다. 대표적으로 국내의 대형 백화점들을 보면 건물과 인테리어 그리고 입점 상품 등 하드웨어는 얼추 비슷합니다. 1990년대 이후 백화점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중요한 열쇠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있다며 백화점 경영자들이 너도나도 내세우는 가치입니다.

백화점 등 유통서비스업에 취업하게 되면 소속 직영 노동자나 입주업체 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서비스 교육을 받습니다. 일명 CS(Costomer satisfaction)교육인데요. 고객 응대 기법 등을 통해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수없이 되뇌는 글귀가 바로 '고객은 왕'이며 "고객은 항상 옳다"입니다.

고객 만족 서비스는 '무조건 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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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앞에서 무릎꿇고 사과하는 백화점 점원 인천의 한 대형백화점에서 점원 2명이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영상이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고객은 귀금속의 무상수리 여부를 놓고 점원에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영상 캡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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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고객은 왕'이라는 의미가 '고객에 대한 무조건 복종'으로 변질한 지 오래입니다. 최근 인천의 한 대형백화점 귀금속 매장 노동자가 고객에게 무릎을 꿇은 동영상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고객이 보증기간이 지난 귀금속의 수리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해당 매장의 판매노동자들이 고객의 화를 달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하며 무릎까지 꿇은 노동자에게 고객은 "백화점에서 일하니까 창피하냐"며 "지나가다가 나 마주치면 그때도 죄송하다고 하게 내 얼굴 똑바로 외워"라며 멸시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백화점 등 업체에서 서비스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습니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품정보 등을 제공하고 포장하며 고객에게 안전하게 인계하는 서비스입니다. 물론 사후에 상품의 하자가 있다면 이에 대한 수리나 보상에 대하여 고객에게 안내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고객이 돈을 주고 사는 서비스입니다. 고객이 지불하는 돈은 상품과 상품구매에 따른 정보제공에 대한 대가일 뿐입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며 서비스 노동자의 일방적 복종을 강요하거나 자신의 비위까지 맞춰주기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해당 '진상' 고객은 자신이 돈을 지급하고 상품을 샀으므로 직원의 인격까지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런 천박한 소비자 지상주의가 오늘날 감정노동자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이고 있습니다.

기업이미지 위해 감정노동자 고통 무시하는 사업주

해당 고객도 문제지만 고객 만족을 내세우며 노동자의 고통은 등한시하는 백화점과 해당 사업주도 책임이 큽니다. 백화점 등 사업주는 소위 '진상'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모욕적 언사, 폭력으로부터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 이미지와 고객 만족을 중시하며 일부 고객이 노동자들의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에 눈을 감아 버립니다.

최근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일부 백화점에서는 상담심리치유센터 등을 개설하여 감정노동자들의 심리상담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감정노동자의 고통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저희 한국노총 법률원 부천상담소에도 유통업체 서비스 노동자들이 감정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상담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화상담원이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적 발언을 듣거나, 판매 노동자가 고객의 갑질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진상' 고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개별 노동자가 이런 상황에서 고객에 맞대응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사실 근로기준법에도 이에 대해 노동자를 보호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감정노동에서 '진상'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언어적·물리적 폭력 등으로 심리적·육체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산재신청'을 통해 대응해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업무와 연관하여 발생한 질병이라면 '정신적 질병'도 최근 산재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진상' 고객의 무리한 요구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소속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진상' 고객의 갑질이 있을 때는 동료에게 알려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대화 내용의 녹취나 영상촬영 등을 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업주에게 사실을 알려 보호조치를 요구하시고 이에 '좋게좋게' 넘어가자며 '(고객을 향한) 무조건 복종'을 사업주가 강요할 경우 대화 내용을 녹취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산재신청방법 등 구체적인 대응 요령에 관해서는 노동안전문제를 다루는 노동·사회단체에 상담을 요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노총 법률원(1566-2020)이나 민주노총 법률원 그리고 대표적인 노동안전단체인 노동건강연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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