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http://omn.kr/8n3j


개그우먼 김지민 시급, 캐러멜 마끼아또 한 잔 값? 

최저임금 6700원이 된다면... 대형할인점 여성 노동자 3인의 바람
14.06.27 11:08l최종 업데이트 14.06.27 11:08l
기사 관련 사진
 <인간의 조건> '아르바이트만으로 살기' 편의 한 장면. 코미디언 김신영은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음식을 배달했다.
ⓒ KBS 방송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코미디언 김신영은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음식을 배달했고, 아나운서 박은영은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렸다. 코미디언 김지민과 김영희는 음식점에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고, 김숙은 홍대 미용실에서 손님 머리를 감겼다.

KBS의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 6월 둘째, 셋째 주 주제는 '아르바이트만으로 살아가기'였다. 출연자들은 4박 5일 동안 아르바이트만으로 돈을 벌어 의식주를 꾸려갔다. 제작진의 배려로 시급 1만 원의 '꿀 알바'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출연자들이 경험한 대부분의 일자리는 시급이 최저임금 언저리 수준의 고된 노동이었다.

힘든 노동으로 번 돈이기에 출연자들은 생필품을 하나 사는데도 벌벌 떨었다. 게다가 그날 번 돈 중 1만 원은 공과금으로 제작진에게 반납해야 했다. 김지민은 방송일 틈틈이 서너 시간을 힘들게 일하고 번 돈의 절반 가까이를 공과금으로 내면서 결국 "허무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방송인들이 힘든 티를 내고, 장난스럽게 일하는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진다"라든가 "알바 가면서 외제차 타고 매니저가 모셔다주는 모습은 맞지 않다"는 시청자의 비판이 있었지만, 대개 "출연진의 체험으로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루 일을 끝내고 숙소에 둘러 앉아 "오늘 하루 나의 노동이 캐러멜 마끼아또 한 잔 값"이라고 김지민이 푸념하자 김영희가 "1분이면 원샷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커피 한 잔 값에 불과한 마트 여성 노동자 시급

기사 관련 사진
 5.1 알바데이 행사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시급이 카페라떼 보다 낮다고 풍자한 참석자
ⓒ 이동철

관련사진보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할인점에서 일하는 정미화(54·여)씨도 그랬다. 입사 7년차인 그의 시급은 5750원이다. 2014년 최저임금 5210원보다는 조금 높지만 하루에 8시간 30분을 일하고도 4대보험료를 공제하면 월급은 한 달에 100만 원 남짓이다.

"시급을 생각하면 나의 한 시간 노동이 커피 한 잔 값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일하는 대형 할인점에 입점한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을 볼 때면, 미화씨는 김지민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 실제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의 캐러멜 마끼아또 한 잔 가격은 5400원으로, 2014년 최저임금 5210원보다 높다.

장사를 그만둔 남편이 일용직으로 간간이 돈을 벌지만 고정수입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그녀가 가장이다.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미화씨는 월급 중 20여만 원을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로 사용한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수학학원 수강료로 18만 원을 쓴다. 나머지 과목은 5만 원짜리 방과 후 수업 두 개로 대신한다. 이렇게 교육비로 30만 원 가까이 지출하면 나머지 50만 원이 생활비가 된다.

같은 대형 할인점 가공코너에서 일하는 윤선일(40·여)씨는 5살 된 아들을 준 주부사원이다. 주로 가공일용 코너에서 매대에 제품을 채워 넣고 진열하는 일을 담당한다. 빚을 내서 집을 사긴 했는데 이 때문에 아들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지난해 일을 시작했다. 선일씨 역시 하루에 8.5시간을 일하고 월급으로 100만 원가량을 받는다. 2년차 선일씨의 시급은 7년차 미화씨보다 300원가량 낮은 5450원이다.

선일씨의 월급에서 가장 큰 지출항목은 육아비다. 선일씨를 대신해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친정어머니에게 드리는 용돈과 기저귀 등 육아용품 지출비를 합하면 한 달에 50만 원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여기에 30만 원가량은 주택 구입 때 진 빚을 갚는 데 쓴다. 맞벌이를 하는 남편은 지방에서 일한다. 때문에 주말에만 얼굴을 보는 '주말부부'다. 주말마저도 아이와 잠깐 놀아주다 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선일씨는 스스로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생활의 기쁨을 미뤄뒀다. 집을 살 때 진 빚을 모두 갚을 때까지다.

"더도 덜도 말고 세금 떼고 150만 원만 받아도..."

기사 관련 사진
 하루 종일 매장과 창고를 드나들며 대량으로 상품을 나르고 진열한다.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월급은 비정규직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에 그친다.
ⓒ 홈플러스 노동조합

관련사진보기


제과 코너에서 일하는 오재본(36·여)씨는 아직 결혼 전이다. 하루에 8.5시간을 일하는 재본씨의 시급 역시 5450원이다. 다행히 재본씨는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둔 미화씨나 선일씨보다는 생활경제에 대한 부담이 덜 하다. 그러나 그 역시 이 월급으로 한 달을 꾸려가기는 빠듯하다. 휴일에 장을 보러 나가 과일이며 생필품, 그리고 반찬 몇 가지를 집었을 뿐인데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휴대전화비와 공과금 20만 원도 고정적으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한 달 월급의 30%가량이 빠지고 나면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입을 벌린다. 가끔 화장품이나 유행에 맞게 옷이라도 장만할 때는 정기적금이나 저축을 포기해야 한다. 재본씨에게 앞으로 닥칠 가장 중요한 일인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착실하게 돈을 모아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더도 덜도 말고 세금 떼고 150만 원만 받아도 생활이 좀 나아질 것 같아요."

이들이 바라는 최소한의 희망월급은 150만 원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2015년 법정 최저임금액으로 시간당 6700원을 요구했다. 1일 8시간,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140만 원이다. 여기에 각종 기본수당 등이 포함되면 대략 선일씨와 재본씨, 그리고 미화씨가 바라는 임금액과 맞아떨어진다.

그들의 일터는 매일매일이 <인간의 조건> 촬영장

기사 관련 사진
▲ 2015년 최저임금 6700원 주장하는 노동계 한국노총 이병균 사무총장이 2015년 최저임금을 6700원으로 올릴 것을 주장하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한국노총

관련사진보기


미화씨는 최저임금이 6700원으로 결정되면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저축을 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벗어나 언젠가 자기 집을 가지려면 저축이 꼭 필요한데, 지금은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자기 집을 가진 선일씨는 집을 사느라 낸 빚을 갚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녀는 최저임금이 올라 월급에 여유가 생기면 "매월 30만 원씩 갚고 있는 주택구입자금대출금을 60만 원씩 갚겠다"고 말했다. 선일씨에게는 월급이 오른다 해도 여전히 옷 한 벌 사입는 생활의 기쁨은 아직 먼 일이다.

"예전에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어요.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자식 노릇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여기(대형 할인점) 일을 시작하고서는 못 드리고 있죠. 다시 드려야 되는데."

월급이 오른다면 부모님께 용돈을 다시 드리는 것이 재본씨의 소박한 꿈이다. 재본씨는 "자기를 위해 조금 욕심을 내자면 영어학원에 등록해 자기개발을 좀 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미화씨와 선일씨, 그리고 재본씨가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이 많은 월급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기생활과 가정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바랐다. 결혼을 앞둔 재본씨가 결혼자금 정도는 저축할 수 있는 수준의 월급, 아이들 교육비를 감당하고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주는 정도의 월급이었다.

앞서 5일의 체험기간을 마친 <인간의 조건> 출연자들은 화려한 연예인의 생활로 복귀할 것이다. 그러나 미화씨나 재본씨, 그리고 선일씨는 체험이 아닌 생활로 1년 365일을 살아가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정부기구가 발간한 <임금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보다 낮은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도 약 258만 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 노동자들의 일터는 매일 매일이 <인간의 조건> 촬영장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의 조건>에서 출연자들은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뼈 빠지게 일하고 받은 돈이 아까워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판매 하는 어묵으로 하루 끼니를 때우는 신공(?)을 발휘한다. 그러나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지 가치 있는 삶은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6월 27일 새벽, 2015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액을 시급 5580원으로 정했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6700원 요구에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며 맹렬하게 반발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이유였다. 부모님께 다시금 용돈을 드리고 싶다던 재본씨의 소박한 꿈, 주택자금 대출을 하루라도 빨리 갚고 가족이 모여 살자던 선일씨의 희망,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을 하려던 미화씨의 바람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
카톡으로 공유
  1. 휴게실 설치 의무화 시행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시행 ... 2022년 8월 18일부터 2022년 8월 18일부터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다. 2021년 8월 산업안전보건법의 관련조항(제128조의2)이 이미 개정되었지만, 그 시행은 2022년 8월 18일부터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조회7150 고용노동부 2022-08-18
    Read More
  2.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 지위확인 대법원 승소

    노동 ok가 페이스북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노동ok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좋아요'를 꾹 눌러주세요~~https://www.facebook.com/laborok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이야기를 잘 알고 계시죠.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서자라는 신분...
    조회789
    Read More
  3. 한달 250시간 노동, 80만원 월급의 비밀.

    최근 부천노동상담소를 찾는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대부분이 병원이나 아파트등 건물 경비 근로자들입니다. 이들의 하소연은 간단합니다. 24시간씩 교대로 한 달에 250시간 가까이 일하는데, 월급이 80만원 남짓이라는 겁니다. 2013년 최...
    조회2582
    Read More
  4. No Image

    한국에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한다고???

    몇일전 어느 경제신문에 고용노동부가 미국에서 실시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라는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 신문은 <직급·연봉 높은 사무직 초과근로수당 못 받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용노동부 핵심 관계자의 입을 빌어 ‘일정 수...
    조회2853
    Read More
  5. 포괄임금계약 오남용 집중단속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집중단속 '공짜 야근' 근절 위해, 연장근로시간 위반·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실시 2022년 12월 18일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고정OT계약의 오남용 근절을 위해 <포괄임금·고...
    조회9953 고용노동부 2022-12-19
    Read More
  6. 특별연장근로시 근로자 건강보호조치 강화

    특별연장근로시 근로자 건강보호조치 강화 앞으로는 특별연장근로 하는 근로자의 건강보호조치가 강화된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서 근로자에게 특별연장근로를 시키는 경우 지켜야 할 건강보호조치의 내용을 고시로 제정하여 4월 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
    조회1125 고용노동부 2021-04-01
    Read More
  7. 퇴직금 지급도 IRP로 이전해야

    퇴직금 지급방식 변경 오는 4월 14일부터는 퇴직금 지급시에도 퇴직연금과 마찬가지로 개인형퇴직연금제도 계정(IRP)으로 이전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다만, 55세 이후에 퇴직한 경우나 퇴직금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 등 일부 예외사항에 해당하면 현행과 같이 ...
    조회3988 고용노동부 2022-04-12
    Read More
  8. 퇴직금 중간정산 완화...코로나19 등 사회재난 생계안정 포함

    코로나19 등 사회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생계안정을 위한 퇴직급여 활용 방안 마련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정부는 10월 27일(화) 국무회의에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령안...
    조회1301 고용노동부 2020-10-2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