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은 옳은가?


지난 5월 한 네티즌이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 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논쟁이 이젠 인터넷 공간 뿐만아니라 정부와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보류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번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고 벼르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9년에는 봉급자보험료 과잉부담 저지 및 사회보험개혁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가 결성되어 사회보험개혁 및 사회보험료 납부거부운동이 진행된바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국민연금의 소득율을 현행 60%에서 50%로 인하하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5.9%까지 무려 77%를 인상하겠다는 개악된 내용의 법개정을 추진하다 시민단체와 노동단체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된바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사회적 논쟁거리를 넘어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들이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직장가입자들은 적지않은 돈이 얇은 월급봉투에서 세금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매월 목격해야 하고, 지역가입자들은 빚을 내면서 까지 연금을 낼 여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한쪽에서는 연금을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고, 얼마 안 가 고갈될 것이란 얘기도 들리는데다, 정부에서는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는 대폭올리고 소득율은 대폭 내리는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불신은 이제 촛불집회까지 개최하게 되는 저항의 수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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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이 제기한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은 일부 의미있는 지적도 있다. 수천억원의 재산을 가진 재벌회장도 보험료 상한선에 묶여 고작 월16만원만 납부하면 되는 '보험료 상한선 제도'를 꼬집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나는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교모한 방법을 통해 국민연금의 사회공공성, 국가에 의한 사회보장제도 그 자체를 부정하고, 일반 보험사를 통한 개인연금을 부추기는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부의 재분배이고 사회보장제도이다. 그런의미에서 철저히 사회공공성에 부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 권한을 강화해서 소득수준에 따른 직접세의 징수 제고, 부유세의 도입, 종합소득세 탈루 방지, 국방비 절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국민연금기금에 지원해야 한다. 


가입자만 납부하는 재원으로는 사회보장제도로써의 국민연금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기여금은 비정규직근로자 등 저소득근로자와 사회소외계층의 보험료로 사용해서 사회적 부의 재분배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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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원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직장가입자들이 '봉'이 되고 있는 현실도 개혁되어야 한다. 지역가입자 가운데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은 28.6%에 불과하다. 변호사나 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소득을 터무니없이 100만원대로 신고하며 낮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얼마를 버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그래서 지역가입자들의 상당수가 실제 버는 것보다 소득을 낮춰 신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피해는 곧바로 직장가입자들에게 전가된다. 이 때문에 직장인 불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잠재돼 있다. 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처럼 보험료의 징수기관을 국세청으로 넘겨야 한다. 자영업자 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징수하는 현 시스템으로선 치유방법이 없다..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은 국민연금의 강제징수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사회공공성을 무시하는 시장논리다. 국민연금의 강제징수체계는 강화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제도 본래의 취지를 강화해야할 정부가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을 중심으로 하는 연금폐지론자의 주장을 잠시 덮어보고자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강제징수를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가입자들의 호주머니만을 쳐다보고 있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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