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보호계약에 따른 전직금지

“벤처 IT회사에서 2년간 기술연구직으로 근무를 하다가 회사의 전망도 불투명하고 임금도 형편이 없었는데, 동종업체로부터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고 고심끝에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동종업체에 취업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종전회사에서는 입사당시 약속한 ‘퇴직후 5년간 동종업계 취업금지’ 서약서를 빌미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합니다”(상담글 내용 중)

과거와 달리 기업의 지적재산권이 중요해짐과 함께 벤처열풍으로 인해 기업의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또한 중요 사업분야가 한 두명의 고급인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벤처기업의 현실에서, 이러한 ‘영업비밀보호계약에 따른 전직금지‘ 상담사례가 과거에 비해 부쩍 늘어가는 있는 추세이다.

전직금지 전직제한

사용자는 노동자의 채용과정에서 '퇴직후 몇 년간 회사기밀을 사용하거나 사용하려는 동종회사에 취업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비밀유지와 전직금지를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전직금지 약정은 기업차원에서는 기업정보 및 연구자료 등 유무형의 기업자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예비적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다루거나 기업의 중요정보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강제근로와 취업방해, 손해금약정을 직․간접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취지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침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전직금지 약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

안타깝게도 이러한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전직금지 약정에 대해 우리 법원은 “제조공정에 있어서 특수한 기술상의 비밀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비밀정보는 일종의 객관화된 지적재산이므로, 퇴직사원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하여 회사와의 사이에 침해행위 중지 및 위반시 손해배상 약정금을 정한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그 합의서의 내용을 회사의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입장에 있었던 사원들에게 퇴직 후 비밀유지의무 내지 경업금지의무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에 관한 헌법규정에 반하지 않는다”는 기본입장을 정하고 있어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전직금지 약정 그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비밀 보호

이러한 법적 판단을 기초로 기업은 퇴직사원이 영업비밀 침해행위 또는 경업행위를 하였는가 하는 구차한 입증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사전에 이러한 영업비밀보호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 동종업체에 취직해 있는 것이나 동종사업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계약위반이 되어 계약의 실효성이나 입증의 용이성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흠결 있는 전직금지 약정은 무효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수의 기업들은 전직금지기간을 과도하게 장기적으로 설정하게 되거나 영업비밀의 범위를 추상적으로 정하고 또는 기업내부적으로도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게 되는데, 이러한 흠결이 있는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전직금지 약정에 대해 법원은 그 약정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판결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영업비밀보호계약의 취지에 반하게 과도한 기간동안 취업금지를 정하여 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해서는 안되며 사회통념적인 판단에서 합리적인 기간으로 정해져야 하는데,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이 소유한 영업비밀인 기술정보의 내용과 난이도, 기업의 기술정보 취득에 소요된 기간과 비용, 영업비밀의 유지에 기울인 노력과 방법 등을 고려하고 노동자에 대해서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그에 종속하여 근무하였던 기간, 담당 업무나 직책, 영업비밀에의 접근 정도,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내규나 약정 여부, 노동자의 생계 활동 및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기타 변론에 나타난 당사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대법 97다24528, 1998. 2.13 참조)

구조적인 경제불황에 따른 취업시장의 위축으로 입사과정에서 기업이 과도하게 설정한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전직금지 계약을 요구하는 경우, 노동자로써는 취업 그 자체를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쉽게 다른 직종으로 전직할 수 있는 별다른 기술이나 지식을 갖지 못한 노동자는 종전의 직장에서 배우고 익힌 바를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될 경우 그 생계에 상당한 위협을 받게 할 수 있다.

법원에 대한 기대

이러한 때 영업비밀보호에 대한 유효한 댓가를 정하지 않거나 전직제한기간 동안 기업의 보상금지급의무를 규정하지 않거나 혹은 일정한 기간을 초과한 전직제한기간을 설정한 영업비밀보호계약에 대해서는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해본다.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만큼이나 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중요하기 때문이며, 과도한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전직금지 계약은 불합리한 근로계약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관련 정보

Atachment
첨부파일 '2'
이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
카톡으로 공유
  1. 휴게시간에 휴식·대기했다면 해당시간 임금 지급해야

    경비직 ‘근로시간 줄여 휴게시간 늘리기’에 제동 대법원 “휴게시간에 휴식·대기했다면 해당시간 임금 지급해야” 올해 부쩍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상담이 늘었다. 상담의 주된 내용은...
    2024.04.16 조회3973 file
    Read More
  2. 회사의 부도·폐업시 해고수당 못 받나

    회사의 부도·폐업시 해고수당 못 받나 해고수당 미지급 당연시하는 행정해석 철회돼야 근로기준법 제32조에서는 사용자가 해고를 하는 경우, 30일 이전에 이를 예고하도록 정하고 있고 해고예고를 하지 않은 ...
    2023.07.18 조회23952 file
    Read More
  3. 회사 임직원 부당노동행위, 회사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위헌

    회사 지시받아 ‘직원’이 부당노동행위, 지시한 회사까지 무조건 동반 처벌하는 것은 위헌 사용자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현행 노동...
    2024.04.17 조회1927 file
    Read More
  4. 회사 대표가 회식 장소에서 여성 직원에게 헤드락을 한 것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

    강제추행죄는 고의만으로 충분하고, 성적인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대표가 회식 장소에서 여성 직원에게 헤드락을 한 것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
    2021.07.23 조회3158 file
    Read More
  5. 헌법재판소로 간 최저임금 논란

    최저임금 결정과정과 인상률 적정성 놓고 공방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헌법재판소로 간 최저임금 논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지금도 여전히 최저임금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다. 문재인 정...
    2024.04.17 조회1063 file
    Read More
  6. 하청사 임금 원청사에 청구할 수 있나?

    하청회사 근로자의 임금을 원청사에 청구할 수 있나? A회사로부터 휴대폰단말기 도장을 도급받은 B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 홍길동은 원청 A회사가 하청 B회사에 도급계약상의 도급금액을 수차에 걸쳐 제때 지급하지 ...
    2024.04.15 조회13140 file
    Read More
  7. 프리랜서가 근로자인지 여부

    '근로자성' 계약 형식 보다, 근로 실질 제공 판단 MBC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부당해고’가 주는 의미 최근 법원은 문화방송(MBC)이 계약직 아나운서에게 계약만료를 이유로 행한 계약종료 통보는 ...
    2024.04.17 조회1463 file
    Read More
  8. 포괄임금계약도 위법하면 미지급 임금 줘야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면 포괄임금제 적용 부적절 포괄임금제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연장, 야간, 휴일가산수당 등 법정수당을 포함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계약을...
    2024.04.16 조회1045 file
    Read More
  9. 포괄임금계약,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인정

    대법원, 포괄임금제 남용 경종 대법원이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다면 포괄임금제를 적용할 수 없으며 최저임금보다 낮게 책정된 포괄임금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노인요양보호사의 포괄임금제 적용에 대한 대...
    2024.04.16 조회2529 file
    Read More
  10. 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위반 판단기준 엄격...지불여력 있으면 지급해야

    통상임금소송, 신의칙 위반 판단기준 엄격해져 기아차·시영운수 판결…통상임금 재산정해도 지불여력 있으니 지급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재산정한 법정수당 추가 청구가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는 법...
    2024.04.16 조회673 file
    Read More
  11.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개별근로자 동의도 필요

    임금피크제 도입, 노조 동의해도 근로자 동의하지 않으면 적용 안돼 “회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려 합니다.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동의했습니다. 이 경우 저도 어쩔 수 없이 임금피크...
    2024.04.18 조회3501 file
    Read More
  12. 출퇴근 빙판길 낙상사고는 산재!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 후, 2018년부터 출퇴근 중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 재택근무 사례가 심심치 않게 소개되지만, 일터로의 ‘출퇴근’은 근로자의 업무수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
    2024.04.16 조회2439 file
    Read More
  13.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기업의 영업의 자유 VS 근로자의 행동자유권, 법원의 선택은? 캐나다의 한 골프장에서 웨이트리스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해고됐다. 회사는 여성직원의 경우 유니폼 셔츠...
    2024.04.16 조회2372 file
    Read More
  14. 정리해고 필요는 일부사업부가 아니라 회사 전체로 판단해야 한다

    일부 부서 경영악화 따른 정리해고는 정당성 인정받기 어려워 ‘긴박한 경영상 필요’ 정리해고 판단 ‘사업부 아닌 법인’ 기업 운영 중 일부 사업부서의 실적악화를 이유로 부서를 축소하거나 ...
    2024.04.16 조회695 file
    Read More
  15. 전직금지 계약과 직업선택의 자유

    영업비밀보호계약에 따른 전직금지 “벤처 IT회사에서 2년간 기술연구직으로 근무를 하다가 회사의 전망도 불투명하고 임금도 형편이 없었는데, 동종업체로부터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고 고심끝에 회사...
    2024.04.14 조회13341 file
    Read More
  16. 장시간근로시 휴게시간 부여 기준이 명확해야

    장시간근로와 휴게시간 금형사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 홍길동씨는 상담소를 찾아와 1일 8시간 실근로 이후 작업물량이 밀리는 날에는 5~8시간 정도의 연장근로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단지 정규근로...
    2024.04.15 조회30048 file
    Read More
  17. 임신중 유해요소 노출로 심장질환아 출산했다면 산재 해당

    임신중 유해요소 노출로 심장질환아 출산했다면 산재 해당 '태아 건상손상'을 이유로 산재 인정한 최초 판례 여성근로자가 임신 중 사업장의 유해인자로 인해 태아의 건강이 손상돼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
    2024.04.18 조회237 file
    Read More
  18. Update

    일자리 찾아온 구직자 성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인정 여부

    채용 절차에 있는 구직자도 '성폭력처벌법'상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해당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는 ‘업무상 위력 등...
    2024.04.18 조회854 updatefile
    Read More
  19. 육아 때문에 휴일·교대 근무 거부했다고 해고한 것은 무효

    “계약의무 거부, 해고 합리적” vs “두 아이 양육, 초번근무 어려워” 수습직원의 자녀 양육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근무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2024.04.16 조회1015 file
    Read More
  20. 유니온샵과 사용자의 해고의무

    유니온샵과 사용자의 해고의무 홍길동은 2002년 ○○택시회사에 입사하였고, 단체협약에서 ‘회사는 운전직 근로자 중 회사에 종사하는 전체 근로자를 노동조합원으로 하는 유니온숍을 인정한다.’는 이른바 ‘유니온숍’ ...
    2019.05.27 조회25383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