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첫직장을 1년7개월만에 때려친 이유

근로환경 개선, 지역 상공회의소나 노사정협의체도 나서자 

청년들의 취업관련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따끈따끈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17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따르면 청년들은 첫 직장에서 평균적으로 18.7개월을 근속하고 그만뒀다. 조사대상 청년의 절반 이상이 한달에 15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았고, 그만둔 이유는 “보수와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때문”이라 답했다.
 
“‘면접볼 때 ‘야근수당 없구요, 식대 없구요’ 이런 식으로 밑바탕으로 깔고 감. 연봉을 적게 주는걸 당연히 생각함. 그러면서 원하는 건 더럽게 많음(어려야 되고,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운전면허 있어야 하고) 아마 내 생각에 중소기업이 사람 없다고 난리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저거일 거임.”

청년 퇴사


얼마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본 어느 구직자의 중소기업 면접 후기다. 이 후기가 올라온 인터넷 포털 취업카페는 약 220만명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열악한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에 공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대학생의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조사 연구(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졸업 후 가장 취업하고 싶은 직장형태는 공기업(26.4%)이다. 이어 대기업(25.5%), 공무원(24.4%) 순이었고, 중소기업은 8.6%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취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장형태를 다시 물었더니, 중소기업이 42.1%다. 응답자의 83.6%는 중소기업에 취업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며, 16.4%만 없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결과는 ‘원하는’ 직장과 ‘가능한’ 직장이 다르다는 것을 대학생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타협하고 들어간 직장에서(대부분이 중소기업)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현실은 청년과 기업, 그리고 우리사회 전체에 커다란 불행이다. 청년들은 취업준비라는 명목으로 경제활동에서 멀어질 것이고 10명중 4명은 공시(공무원시험)낭인이 될 것이다.

청년 퇴사이유


앞서 언급한 중소기업연구원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취업할 때 희망하는 급여는 월 279만원이고, 최소희망급여는 월 213만원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중소기업이 지불하는 급여는 월 185만원 수준으로 그 차이가 아득했다. 

어디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할까. 청년들이 생각하는 근로조건의 최소치에 보상의 기준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격차로 지불능력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정부는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00대과제를 통해 ‘중소기업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시행할 것이라 밝혔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1명분 임금을 연 2000만원 한도로 3년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정부의 지원요건을 미리 확인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택시 타고 (면접 장소에) 도착했는데, 오마이갓. 건물에 들어가는 화장실이 바로 보이더라. 고등학교 분교의 느낌이 뭔지 아니? 그런 느낌의 낡은 건물에 완전 낡은 화장실. 냄새도 맡아지는 듯 했어. 휴게실에 담배꽁초만 그득하고 담배냄새가… 휴게실은 즉 남직원이 담배 피는 곳, 걍 여자는… FAIL.”

어느 여성 구직자가 인터넷 커뮤니티 취업정보 코너에 남긴 면접 후기중 일부다. 그가 면접을 보러 갔던 이 회사는 매출액 800억원이 넘는 중소기업이다.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기업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매번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탄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청년노동환경개선


개별 중소기업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면 지역의 상공회의소나 노사정협의체가 앞장 설 수 있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제7조에 따르면 중소기업체가 청년 미취업자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시설 및 환경을 개선하는 경우 정부는 그 소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지역의 상공회의소나 노사정협의체가 나서 지방정부에 휴게시설 개선, 공단환경 개선 등을 요구해 보면 어떨까. 실제 대구광역시는 ‘청년이 일하고 싶은 산업단지’를 모토로 정부로부터 3년간 68억원을 지원받아 달성과 성서공단내 근로자에게 기숙사 임차료를 지원하고 샤워장, 사무공간, 근로자 복지시설 등 근무환경 개선을 시도했다.

이제 더 이상 ‘눈높이를 낮추라’며 청년들을 다그쳐서는 청년실업도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해소되지 않는다. 청년들은 이제 저임금, 장시간, 지저분한 환경에서 일하느니 경제활동에서 멀어져 은둔자가 되겠다고 한다. 이들을 다시 우리 사회로 불러들이는 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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