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2005.04.23 01:00
조회 수 12252 추천 수 1 댓글 1

경비원 김씨 아저씨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경비원 김씨 아저씨가 계신다. 매일아침 일곱 살 딸아이 녀석이 유치원길에 인사하면, 김씨 아저씨는 웃는 얼굴에 어찌나 큰소리로 인사를 받아주시는지 그 재미에 딸아이도 김씨 아저씨께 인사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경비원 김씨 아저씨는 주민들 부재중에 집으로 오는 택배도 받아 밤늦게 퇴근하는 주민들에게 일일이 전달해 주시고, 매주 목요일이면 주민들의 분리수거를 책임지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뛰어다니신다. 하지만 부녀회장 앞에서는 항상 고양이 앞에 쥐다. 반상회에 참가하지 않는 주민들의 벌금을 부녀회를 대신해서 걷으러 다니다 보면 좋은 소리 들을리 전혀 없고, 부녀회가 시키는 일이라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해야만하기 때문이다.

감시단속적근로자2.png


전직 교육공무원이셨다는 김씨 아저씨는 하루 24시간 격일로 근무하신다.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날밤근무를 5년째 하고 계신단다. 퇴근이 늦은 내가 자주 경비원 본연의 임무와 달리 밤늦게 졸고 있는 김씨아저씨을 자주 목격하는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씨 아저씨가 하루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시면서 받는 월급은 고작 70만원 내외다. 근무시간대비 월급을 따지면 법정 최저임금에 훨씬 모자라는 수준이다. 하지만 경비원 김씨 아저씨는 주민들과 부녀회, 아파트 관리사무소라는 3명의 주인속에서 이리 저리 볶여 살고 장시간 근무속에 몸이 망가져도 이런 임금수준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시 실업시대에 이만한 일자리라도 있어 소일거리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노동법에서 건물경비원과 주차관리원 등 감시·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근로시간·휴일·휴가 등을 적용시키지 않을 수 있고, 더구나 최저임금법의 적용마저 예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것이다.

경비원 아저씨.png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과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휴일·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경비, 주차관리 직종에 주로 근무하는 감시적 노동자나 전기, 설비, 냉난방 등 시설관리직에 주로 근무하는 단속적 노동자에 대해서는 적용이 제한되어 있다. 


이는 특정 노동자들을 제한하여 장시간의 과중한 노동에 얽매이게 하면서도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적용과 최저임금의 적용을 제외시키고 있는 기형적인 법논리 때문이다.

직장과 학교 그리고 사회 전체가 주 40시간제, 토요휴무제가 실시, 확대되는 추세에서 1주 84시간이라는 살인적 장시간 근로와 입주민, 입주민대표, 관리회사 라는 세단계의 사용자 관계속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저임금에 신음하는 자신의 권리에 대한 아무런 주장을 할 수 없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감시단속적근로자1.png


아파트 입주민들도 입주자대표자회의를 통해 입주민의 이익과 복리 향상만을 꿰할 것이 아니라, 관리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하면서도 직접 부려먹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에 대해 눈을 돌려야 할때라고 본다.


요즈음 노동계에서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휴일·휴가와 최저임금의 적용을 예외로 하는 현행법의 독소조항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드높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그 취지에 공감하여 법개정을 추진중에 있다. 그동안 장시간근로와 저임금의 굴레속에서 고통받아온 것에 비하여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루빨리 감시·단속적 노동자에게 근로시간과 휴일,휴가 그리고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시대가 다가왔으면 하는 바램과 입주민과 감시·단속적 노동자가 함께 웃으며 진정한 '공동주택의 공동체'를 함께 꾸려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경비원 김씨 아저씨에게 힘차게 인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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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02 15:17
    세상에 당신같은 사람만 살었으면 합니다.
    반드시 고쳐야할 독소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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