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심재정 2005.02.03 16:45
http://www.nodong.or.kr/406895 조회 수 11717 추천 수 2 댓글 0
구조조정이나 재정악화시에도 체당금이 지급되어야

노동부는 지난해 12월말 현재 체불임금액이 1조426억원 발생했으며 이중 3,200억원은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힌바 있다. IMF 구조조정의 시기인 1998년에 버금가는 체불수준인 것이다.

이렇게 날로 증가해가는 임금체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노동부는 대책을 발표하고 입법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주의 임금체불 예방과 조기청산을 유도하기 위해 임금체불 시점부터 법정이자(5%)보다 높은 이자율(일본의 경우 14.6%)을 적용하는 ‘지연이자제도’를 도입하고, 노동자들이 체불임금을 받은 뒤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을 때는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그 골간이다.

체불임금 노동자가 알아서 해결하라?

하지만 노동부의 이러한 체불임금정책은 여전히 ‘체불임금은 노동자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라는 방임적 자세와 체불임금정책과 임금채권보장정책을 서로 분리해 사고하는 것이 아닌가에서 우려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임금체불의 원인을 살펴보면 단순 경영악화에 의한 임금체불이 65%에 이르고 기업의 도산이나 폐업 등 재기가 불가능해 임금채권보장법에 의한 체당금의 지급사유가 되는 임금체불은 10% 내외이다. 반면에 지연이자제도의 도입을 통해 해결가능한 정상적 경영상태에서의 임금체불은 2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연이자제의 도입은 결국 지급능력이 있는 정상적 경영상태에서의 고의적 임금체불에 대해서만 일정정도 영향을 발휘할 뿐이고, 경영악화에 처한 사업체는 지연이자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지급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체불임금의 조기청산은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가 노동자의 임금체불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지연이자제도의 도입과 함께 현재 이원화돼 있는 체불임금정책과 임금채권보장정책을 통합하고 임금채권보장제도에 의한 체당금의 지급사유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가 동시에 필요하다.

현행 임금채권보장법에서는 사업주를 대신해 노동부에서 지급하는 체당금(3년치 퇴직금과 3개월치 월급여 및 휴업수당)을 파산법에 의한 파산의 선고, 화의법에 의한 화의개시의 결정, 회사정리법에 의한 정리개시절차의 결정 등 ‘재판상 도산’과 노동부를 통해 ‘도산 등 사실인정을 받은 경우’에 퇴직한 노동자에 대해서만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임금채권보장법 제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즉, 기업도산시 회사의 청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퇴직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해서만 한정돼있기 때문에 경영악화에 의한 임금체불로 피해를 입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보호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총 체불임금액 1조426억원 중 불과 15%에 해당하는 1,591억만 체당금으로 지급됐다는 것은 임금채권보장제도가 체불임금정책의 변두리에 머물고 있다는 단적인 반증이다.

임금채권보장제도, 체불임금정책 핵심수단 돼야.

임금채권보장제도도 넓게 보면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이다. 노동자가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사회적 위험에 직면하게 됐을 때 임금을 대신해 지급해 줌으로써 노동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임금채권보장제도가 체불임금문제의 해결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가 될 수도 있음에도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임금채권보장제도 스스로가 그 기능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행 임금채권보장제도에서는 체당금 지급사유를 재판상 도산(파산, 화의, 법정관리)이나 사실상 도산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사업장의 구조조정이나 재정악화시에도 체당금을 지급하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 소요되는 재원은 부담률을 다소 높이고, 임금채권보장제도를 전담하는 근로감독관을 대폭 증원함으로써 변제금 회수율을 높이면 충분하다.

아울러 퇴직노동자만을 보호대상으로 하는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이는 회사의 청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임금채권만을 보장하는 기형적인 현행제도의 부산물이다. 청산기업의 퇴직근로자는 보호하고 구조조정이나 재정악화에도 재직하고 있는 근로자는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임금체불근로자의 생계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이는 가능한 고용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고용행정, 노동정책의 기본방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현재의 체불임금정책은 사법적인 기능에 중점이 주어져 있다. 그것도 형사적인 처벌은 극히 저조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경제적인 권리구제를 위한 민사적 절차는 노동자에게 맡겨져 있다. 지연이자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제한적이다. 체불임금 해소를 위해 국가가 기능을 한다면 임금채권보장제도가 그 수단으로서 보다 전면적으로 능동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임금채권보장제도가 체불임금정책의 변두리가 아니라 가장 핵심수단이 되어야 한다.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소장 심재정

[ 매일노동뉴스 / 2005년 02월 03일] <노동법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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