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심재정 2004.12.18 00:00
http://www.nodong.or.kr/406893 조회 수 11454 추천 수 1 댓글 0
요즈음 팬택이라는 휴대폰제조업체의 노사관계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야기는 대강 이렇다. 휴대폰 중견제조업체인 팬택 노동조합이 동종 업계의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합원들을 설득해 회사가 신규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임금을 스스로 동결하겠다고 회사에 통지했다. 그러자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는 이소식을 접한 회사 경영진 측에서는 '그러한 정신으로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임원 임금은 동결하는 대신에 일반 사원의 임금은 10%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팬택의 이러한 노사모델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까닭은 경제여건속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사가 어떻게 상생하며 어떻게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여야 하는가 하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든 사회문제가 다 어렵겠지만, 노사문제만큼 어려운 문제가 없다. 노사문제는 결국 사람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로의 계급적 기반이 달라 상호 대립적일 수밖에 없는 노사 당사자가 경제,사회적 영역에서의 우리사회의 진일보한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사회는 노사 각각에 '상생의 노사관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팬택의 노사관계는 이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어 우리사회에 또다른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부천시당국의 노사관계를 보면, 팬택의 노사관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 봄부터 공원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부천시가 8년여간 지급된 수당을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였다'며 그 지급을 촉구하였다. 이에대해 부천시는 '과지급이므로 아무런 잘못이 없고, 8년여간 잘못지급된 수당을 반환받겠다'고 하였다. 결국 당사자간에 특별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채 부천시의 체불임금 사건은 노동부로 이관되었고, 노동부에서는 '공원관리원들의 주장이 타당하니 부천시는 일방적으로 삭감한 임금을 지급하라'며 부천시에 지급지시를 내렸다. 계속되는 노동부의 지급지시에도 불구하고 부천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노동조합은 노동부에 중재를 요청하였고, 노동부의 중재아래 노동조합과 부천시의 담당국장은 '일방 삭감처리한 임금은 우선 지급하고, 차후 법원의 반환명령이 있는 경우, 노조는 반납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부천시장이 검찰에 형사입건되는 불행한 사태만은 막아보고자는 뜻이었다. 반발이 예상되는 107명의 조합원들을 설득하여 107명 모두가 '법원판결시 임금을 반납한다'는 동의서를 부천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107명의 공원관리원들의 이러한 희망은 부천시의 날벼락 같은 180도 입장변화속에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쓴소리까지 들어가며 조합원들 개인마다 일일이 동의서를 받아 부천시에 갖다 바쳤는데, 부천시는 '동의서와 노동부 중재에 의한 합의사항과 관계없어 삭감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만 되풀이 하고 있다.

노사가 상생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 신뢰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시민의 대표로 선출된 시장이 형사입건되는 불행한 파국만은 면하고자, 부천시를 믿고 반납동의서를 제출한 107명의 공원관리원들은 '노사관계는 상생하는 관계이다'라는 하면 이를 믿을까?

녹지공원 임금체불사건의 원인이 된 일방적인 임금삭감은 '단지 담당실무자의 잘못된 법적판단이었다'라고 해버리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믿고 합의한 약속사항을 부천시가 헌신짝처럼 저버린 행위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약속한 사항을 지키지 않는 측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사자가 일개 개인사기업체도 아닌 지방자치단체라면 더욱 문제는 심각하다. 부천시는 이제 더 이상 지역내 많은 사업주와 노동조합에게 '상생의 노사관계가 구현해서 부천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해달라'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말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믿을 사업주와 노동조합이 있을까? 부천시가 먼저 자신이 직접고용한 녹지공원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사항을 지켜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현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길만이 해결방법이다.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소장 심재정.

[ 더부천 / 2004년 12월 18일] <토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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