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심재정 2004.08.19 00:00
http://www.nodong.or.kr/406890 조회 수 18685 추천 수 2 댓글 0
- 해고수당 미지급 당연시하는 행정해석 철회돼야 -
  
근로기준법 제32조에서는 사용자가 해고를 하는 경우, 30일 이전에 이를 예고하도록 정하고 있고 해고예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30일분의 통상임금을 해고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해고예고제도는 사용자의 정당한 해고라 하더라도 급작스런 해고에 따른 노동자의 생계, 생활상 곤란이 야기되고 이에 따른 노동자의 대체구직 내지 다른 소득활동의 모색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다만, 단서를 통해 ‘노동자의 고의로 인한 중대한 귀책사유에 의해 해고’와 ‘회사가 천재·사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계속이 불가능한 경우’, 그리고 ‘수습근로자 등 근무기간이 현저히 짧은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32조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무리한 행정해석으로 해고수당 못 받아

여기서 ‘노동자의 고의로 인한 중대한 귀책사유에 의해 해고된 자’의 유형에 대해서는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에서 구체적으로 9개의 유형을 명시하고 있고, ‘수습근로자 등 근무기간이 현저히 짧은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같은 법 제35조에서 구체적으로 5개의 유형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그 해석에 대해 다소의 논란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해고예고 또는 해고수당 문제 있어 노사간의 다툼을 사전에 상당정도 예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회사나 행정·사법기관의 자의적 판단을 제한함으로써 해고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를 최소한으로나마 확보할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해고예고의 적용예외 및 해고수당의 미지급 사유에 해당하는 근로기준법 제32조 단서 ‘천재·사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계속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해서는 같은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에서 이를 구체화하지 못함으로써 노사간의 잦은 다툼을 야기하거나 행정관청의 자의적 판단을 초래하여 결국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침해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과거와 달리 부도와 폐업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데, 기업의 부도와 폐업에 따른 해고수당 청구사건을 노동부가 무리하게 같은 법 제32조 단서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계속이 불가능한 경우’로 행정해석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일선 노동관서에서 과도하게 적용해 갑작스런 해고에 따른 노동자의 해고수당 청구권마저 박탈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된다.

부도·폐업·도사 일반화 경계해야

경기도 ○○지역에서 유아전문 대형 영어학원에서 2년째 재직 중인 모씨는 2004년 1월초 한차례 부도를 겪은 학원장이 4월말에 갑자기 더 이상의 학원운영이 어렵다며 폐업해 실직자가 되었다.

모씨는 원장에게 30일간의 해고예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해고수당을 청구했지만, 학원은 모른다고 발뺌해 급기야 사건은 노동사무소에 진정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은 “부도로 인한 사실상의 도산이라는 돌발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사업계속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32조 제1항 단서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계속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여 해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는 행정해석(근기 68207-2300, 2000.8.2)까지 제시하며 사건을 종결처리 했다.

노동부의 위 행정해석은 일선 노동부 지방사무소 근로감독관들에 의해 ‘회사가 폐업하면 해고수당을 못 받는다’는 주요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위 행정해석은 부도나 폐업 또는 도산을 일반화해 구체성이 결여되고, 폐업에 이르게 된 과정과 경위, 해고예고 통보를 위한 시간적 여유 등을 전혀 살피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에 또 다른 노동부 행정해석(2003.7.21, 근기68207-914)에서는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중요한 건물·설비·기자재 등의 소실과 같이 천재·사변에 준하는 정도의 돌발적이고 불가항력적인 경우로서 사용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하며, 단순히 불황이나 경영난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임.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 거래선 이탈 등 영업활동 위축으로 인한 폐업의 경우는 사전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경우로서 해고예고의 예외가 되는 위의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정도의 돌발성과 불가항력적 상황”을 보다 강조하여 부도나 폐업 또는 도산을 일반화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해고예고제도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용자에 대해 해고수당의 지급을 의무화하는 것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 생활에 관한 문제라는 법정신을 다시금 확인한다면, 회사의 부도·폐업·도산시 해고예고노력 또는 해고수당의 미지급을 당연시 하는 기존의 일부 노동부 행정해석은 철회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제32조에서 정한 ‘회사가 천재·사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계속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해서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이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소장 심재정

[ 매일노동뉴스 / 2004년 8월 19일] <노동법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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