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심재정 2004.02.07 00:00
http://www.nodong.or.kr/406878 조회 수 10375 추천 수 1 댓글 0
혹독한 군사정권시절에 맞서운 대학생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하는 것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로 세우는 일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그 이하의 학력으로 신분증을 위조하며 공장에 입사하였습니다. 이른바 위장취업입니다. 1986년 당시 정권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부천 성고문 사건'의 당사자로 유명한 권인숙씨 역시 부천지역 모회사에 위장취업했었을 정도였고, 이러한 위장취업자들은 자신을 버리고 몸을 낮추어 평범한 길을 마다하고 노동현장에 취업해서 현장의 노동자들과 부딪히며 자신의 주장과 이념을 펼치고자 노력했었습니다. 입사해서는 우선 현장노동자선배들에게서 '시다'일을 하며 용접 등 기술을 배워가며 일해야 했고, 일본말 투성의 낯선 현장용어들을 마냥 신기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스스로 택한 낮은 곳에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살았습니다.  

자신의 소질계발과 개인적인 보다 나은 삶이 목적이었다면 위장취업자들은 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함께한 야근과 철야, 밥값보다 더많이 들어가는 술값, 가족들로부터 헤어져 있는 외로움을 버텨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같은 또래의 대학친구들이 이름을 들먹여도 알만한 회사에 입사해서 하얀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메며 직장생활할 때, 이들은 자신보다 낮은 곳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사회개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오직 하나의 일념만으로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감수하며 버티었습니다. 어렵게 위장취업해서 회사와 사회의 부당함을 부르짖다 해고의 고통이 더해지면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의 도움과 지지가 가장 큰 버팀목이었습니다.
이러한 위장취업자들은 갇힌 사회구조속에서 사회의 개혁과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실천하고자 했고, 그리고 어찌보면 우리사회가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있어 겪어야 했던 진통의 산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런 위장취업자들을 이젠 노동현장에서 찾을래야 찾을수가 어렵습니다. 과거의 위장취업자들은 자신이 목적했던 바를 이루기 위해 또다른 생활의 현장으로 진출했고, 지금은 자신의 학력과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히고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청년인턴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사회를 바꾸고자 했던 위장취업자들과 장기적인 사회구조조정 과정에서 변화된 취업전선에 자신의 몸을 맡긴 신세대 청년인턴은 사뭇 다릅니다. 신세대 청년인턴을 채용하는 기업은 정부로부터 채용보조금까지 지급받고 있으며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재학중인 청년인턴에 대해서는 학교에 나가지 않는 대신 기업이나 산업현장에서 일하면 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한다고 하니, 과거 위장취업자였던 필자도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단지 취근의 변화된 취업환경에 따라 산업현장에 뛰어든 요즈음의 신세대 청년인턴에게는, 비록 과거의 위장취업자와 같은 사회개혁을 위한 목적의식 없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선택해 서있는 산업현장에서 겪는 고통과 눈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산업현장에서 흐르는 고통과 눈물은 비록 과거의 위장취업자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더라도, 일자리를 통해 자아감을 찾고 이를 통해 사회의 주변부인 청년실업자가 아니라 우리사회 발전의 당당한 주체로 나서고자 뼈를 깎는 각오를 다지고 기성세대와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과정에서 기성세대와의 대립은 필연이고 곧 자신을 보다 강하게 단련시켜 우리사회의 중심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단지, 사회문제로써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한다는 은혜적인 차원에서 청년인턴을 바라본다는 그들은 영원히 기성세대의 부족한 일손을 메꾸는 소모품에 불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몇푼의 채용장려금과 얼마안되는 학점인정만으로 젊은 그들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는 단기적인 정부의 청년실업문제 대책에 아쉬움을 느껴봅니다.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소장 심재정.

[ 더부천 / 2004년 2월 07일] <토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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