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심재정 2003.11.21 00:00
http://www.nodong.or.kr/406875 조회 수 10416 추천 수 1 댓글 0
우리사회가 노령화되어가면서 직장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걱정은 '내가 노후생활을 얼마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 전통적인 노후 대책은 자손이었다. 젊어서 열심히 자손을 가르치면 그 자손이 성장하여 부모를 봉양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시스템이 무너진지 오래다. 도시화, 핵가족화, 출산율저하는 전통적인 가족시스템을 무너트리고 말았다. 이와 더불어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사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한 몫을 했다.

직장인들에겐 정년퇴직이후 퇴직금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IMF이후 사실상 평생직장의 개념이 파괴되고 이직율이 증가할 뿐아니라 최근에는 퇴직금중간정산마저 확대되면서 퇴직금으로 노후 소득보장을 담보할수 없게 되었다. 특히 퇴직금은 그 적립여부가 사업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회사가 도산될 경우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퇴직금을 못받는 경우까지 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일반 보험시장에서 연금보험이나 종신보험에 등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느정도 생활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한달 벌어 한달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있어서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런 까닭에서 직장인들에게서 매달 납부하는 국민연금이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민연금법을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조만간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의 주요내용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60%에서 2008년까지 50%로 인하하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2030년까지 15.9%까지 무려 77%를 인상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험료는 더 많이 걷고 차후 연금액수는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예전부터 노동계뿐만 아니라, 농민, 여성,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시도를  '개악'이라고 단정하고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여왔다.
이미 지난 1998년에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춘지 5년만에 또다시 50%로 낮춘다는 것은 사회공적보험제도인 국민연금제도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연금가입기 간을 고려하면 실제 수령하는 연금액은 자기 소득의 30%에 불과하고, 금액으로는 약 40만원선이다. 지금도 연금수준이 낮은 판에 어찌 여기서 더 낮춘다 말인가?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연금을 용돈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공약(公約)한바 있는데, 집권1년도 안되서 그것이 공약(空約)이 되버린 것이다. 별다른 노후 생계수단이 없는 근로자들과 농민, 도시서민에게 젊었을 때는 뼈빠지게 일해서 골병들고, 늙어서는 엄혹한 시장체제에서 노인빈민층으로 전락할 것을 정부가 강요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돈과 권력을 가진사람들에게 국민연금은 별 대수롭지 않은 귀찮은 것이 되겠지만 근로자,농민,도시빈민에게는 국민연금이 법과 제도적으로 보장된 유일한 노후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명분이 없어 보인다.

국민연금 보험료도 문제다. 올해의 보험료 체납액은 3조3천억원인데 이중 지역가입자들의 체납이 2조 7천억원에 달하는 82%이고 직장가입자들의 체납은 6천억원으로 18%정도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지역가입자들 특히 고소득 자영업자의 체납과 불성실 소득신고부분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들 체납액만 제대로 관리한다면 굳이 보험료율을 77%나 대폭적으로 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을 가장 필요로 하지만 낮은 소득으로 인해 실제로는 국민연금에 포괄되기 어려운 계층이 농어민, 도시서민, 미가입 빈곤계층들이다. 이들의 연금보험료를 정부가 국고로 지원하고 그 재원마련을 위해 외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직접세를 징수한다면 사회공적부조제도로써의 국민연금제도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수 있을 것이다.

국민 특히 우리 사회의 골간을 이루는 근로자,농어민,도시서민의 노후생활을 위해 마련된 국민연금제도가 용돈연금제도로 전락하는 모습과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오히려 용돈연금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소장 심재정.

[ 더부천 / 2003년 11월 12일] <토요시론>

Who's 심재정

profile

일하는 사람이 당당할 수 있는 사회, 진실을 향한 작은 용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 노동OK
032-653-7051 /   nodong1234@paran.com
http://www.facebook.com/jaejeong.sim


List of Articles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시론 '검투사 샐러리맨을 위하여' file 상담소 2016.03.22 726
노동법 수습, 신입해고 이렇게 대응합시다. file 상담소 2016.03.22 2417
노동법 초단시간 노동자 수 역대최고. file 상담소 2015.03.24 2077
노동법 2015년 최저임금 이건 알고 가자~ file 상담소 2015.02.23 3973
노동법 한겨레 8월 27일자 [세상 읽기] 백혈병 산재 판결과 기울어진 법정 / 정정훈 상담소 2014.08.27 2642
시론 소득주도 사회와 생활임금 심재정 2014.03.03 1397
노동법 무급 휴직명령의 정당성 심재정 2010.01.30 20099
노동법 유니온샵과 사용자의 해고의무 심재정 2009.04.30 15652
시론 노블레스 오블리주 심재정 2007.05.17 17893
시론 노동절에 대한 짧은 생각 심재정 2007.05.05 13259
노동법 월급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는지 심재정 2007.04.27 13615
시론 샐러던트(Saladent) 민심 심재정 2007.04.19 13263
시론 남편의 출산휴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심재정 2007.04.08 13598
시론 해고이야기 ... 바쁠수록 돌아가자 심재정 2007.04.05 10481
노동법 노사관행에 의한 근로조건과 변경요건 심재정 2006.04.05 13365
노동법 장시간근로시 휴게시간 부여 기준이 명확해야 1 심재정 2006.02.27 27651
노동법 대체휴일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 심재정 2005.12.21 13976
노동법 하청사 임금 원청사에 청구할 수 있나? 심재정 2005.11.16 12121
노동법 당직근무에 대해 연장·휴일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나 1 심재정 2005.10.18 20307
노동법 연차유급휴가 사용가능일수보다 부족한 기간을 근무하고 퇴직한 노동자의 연차수당 4 심재정 2005.09.12 14051
노동법 연봉총액에 포함된 퇴직금에 대한 노동부의 태도를 질타하며... 1 심재정 2005.08.11 30589
노동법 퇴직금 계산시 특별한 경우의 평균임금 산정 심재정 2005.06.09 12314
시론 경비원 김씨 아저씨 1 심재정 2005.04.23 12048
노동법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 정년 법제화해야 심재정 2005.04.07 11885
시론 실업률 3.5%, 믿으시나요? 심재정 2005.03.05 10509
노동법 체불임금정책, 지연이자제도 만으로는 부족하다 심재정 2005.02.03 11707
노동법 노동관행이 근로계약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심재정 2004.12.23 13176
시론 팬택의 노사와 부천시의 노사 심재정 2004.12.18 11437
노동법 경영성과급여와 개인성과급여의 임금여부 심재정 2004.11.03 14578
시론 '퇴직금제도의 새로운 변화'에 부쳐 심재정 2004.08.28 11495
노동법 회사의 부도·폐업시 해고수당 못 받나 심재정 2004.08.19 18821
시론 주5일제의 명암 심재정 2004.07.17 11145
노동법 연월차휴가의 근무일 대체사용에 대해 심재정 2004.06.17 13174
시론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은 옳은가? 심재정 2004.06.12 11277
시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치해야 심재정 2004.04.24 9546
노동법 전직금지 계약과 직업선택의 자유 심재정 2004.04.22 12738
시론 나의 투표 기준 심재정 2004.04.10 9935
시론 기업과 노동조합의 정치자금은 동일한가 심재정 2004.03.06 10227
노동법 상여금 매월 균등분할 지급시 통상임금 포함여부 3 심재정 2004.02.26 18559
시론 위장취업자과 청년인턴 심재정 2004.02.07 10375
시론 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심재정 2004.01.03 11215
노동법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도 문제없나? 심재정 2003.12.04 11120
시론 용돈연금으로 전락하는 국민연금 심재정 2003.11.21 10416
시론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 있나 심재정 2003.10.21 10747
시론 근로자 자녀 양육문제는 지역사회의 몫 심재정 2003.09.20 10493
시론 이건희 회장보다 내가 행복한 이유 심재정 2003.09.01 10466
시론 시급 2,510원의 경제학 심재정 2003.08.09 9821
시론 더 이상 미룰수 없는 비정규직 문제 심재정 2003.07.12 94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