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2003.10.21 00:00
조회 수 10845 추천 수 2 댓글 0

지난 6일부터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내 직업상담원들이 파업에 돌입하였다. 다수의 국민들은 이들이 실업급여 지급과 취업알선 업무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부 소속 공무원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1년단위로 노동부와 근로계약을 맺는 임시계약직이고, 고용안정센터내 공무원들과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평균20%정도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의 파업이유는 이들의 현실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 IMF이후 7년 동안 정부는 고용안정센터를 강화하고 직업상담원들을 대거 채용하였지만, 이들의 처우개선이나 신분보장에 대한 방안이 수년간 제시되지 않아 그동안 불만이 누적되었고 이러한 불만이 폭발하여 직업상담원노조는 △ 1년단위 임시직근로계약 페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른 임금인상 등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직업상담원-파업.png


현재 이들의 파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소속이 정부내에서 노동문제를 전담하는 노동부라는 점 때문이다. 1997년 IMF사태를 전후하여 정부는 대량실업사태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150여곳에 고용안정센터를 설립하고 실업급여 및 취업알선제도를 대량 확충하였는데, 정작 이러한 사회안전망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상담원들은 비정규직근로자들로 충원하였다. 결국 노동문제를 전담하는 노동부의 비정규직근로자들이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바톤은 노동부에게로 넘어왔다. 비정규직문제는 당초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채택하면서 우리사회에서 사회문제화 되었고, 노무현 정부는 우리사회의 비정규직문제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출범 초반부터 이전 정부와 달리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공약이나 인수위 보고서를 통해 “비정규 노동자 남용 방지를 위해 비정규직 사용 범위 제한, 차별철폐, 편법·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 규제를 위한 근로감독 강화 필요”를 제시했었다.


공공부문-비정규직.png


또한 노 대통령은 지난 3월 노동부 업무보고를 듣고 직접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 관련, 권기홍 노동부장관도 국회 등에서 “공공부문부터 선도적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번 직업상담원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앞서의 비정규직 접근법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업상담원노조에 대해 “노동부가 더 이상 할 일은 없다”, “노동부의 한계가 많다”면서 더 이상 진전된 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더나아가 현재 위헌의 시비가 있는 긴급조정권의 발동문제가 노동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형편이니 합법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되는 이번 파업마저 부정하겠다는 노동부의 태도에 대해 실망감을 지울수가 없다.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장미빛 비전은 수없이 발표할 수는 있지만, 막상 현실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할일이 없다'는 태도가 과연 정부내 노동문제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가져야할 태도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주5일제의 시행도 공공부문부터 실시되는 이유는 공공부문에서의 선도적인 정책실현이 우리사회의 진보를 앞당기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공공부문부터 선도적으로 움직여야만 사회적으로 만연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노동부는 그 선도적 모범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이번 직업상담원노조 파업을 이러저러한 핑계로 방치한다면, 스스로 비정규직 차별을 조장하게 되는 결과는 물론,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정책은 더욱 신뢰를 잃을 것이다. 정부의 노동정책은 식언만 남발한다는 국민적인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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