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상담소 2016.03.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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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jpeg



“오늘 정리해고와 관련해서 상담을 예약했는데요. 취소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세요? 일이 잘 해결되었나 보네요?”
“아니오. 그냥 회사를 상대로 싸울 자신이 없네요. 그냥 포기하려고요.”
“그러시군요 도움이 못되어 죄송합니다. 추후에 저희들 도움이 필요하시면 또 연락주세요. 선생님의 능력부족이 아니니 자책마시고요”
“사회생활 첫 직장에서 이런 일을 겪으니 좌절감이 드네요”


수화기 너머의 침울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소기업에 입사한지 3달이 채 안된 수습사원입니다. 지난 2월 중순에 저희 노동OK로 상담을 의뢰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첫 직장에서 짤렸습니다.


근로계약 당시 수습기간을 3개월로 설정하고 신입사원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수습기간이 끝나고 회사에서는 별이야기 없이 근로계약서를 갱신하길래 ‘이제 정말 신입딱지를 떼는가보다’ 어깨가 으쓱해 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상급자가 설을 앞두고 그를 부르더니 “회사 사정상 이번달까지만 일하고 그만둬야겠다”고 그에게 통보를 했습니다. 왜 자신이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회사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 왔습니다.


최근 국내 굴지의 건설대기업 두산인프라코어가 정리해고를 시행하면서 20대 신입사원을 대상자로 포함시켜 사회적 논란이 되었습니다. 두산의 예와 같이 건설부문뿐만이 아니라 최근 경기부진으로 제약과 조선, 철강등의 업종에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저희 노동OK에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에 관련된 많은 상담이 들어옵니다.


특히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이 주로 상담을 해 오는데요. 2~3년전만 해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상담은 50대 이상 노동자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최근 목소리가 앳된 청년들이 희망퇴직이라는 미명하게 쫗겨나기 일보 직전이라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기업이 경기와 실적예측을 잘못하여 신규채용하고 경기부진으로 신입사원들을 상대로 퇴사를 강요하는 기업이 부쩍이나 늘어난 듯 합니다. 위의 신입사원 역시 그랬습니다.


상담내용의 주는 희망퇴직을 거부했더니 상급자가 ‘면담’을 빙자하여 퇴사를 압박한다는 겁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직무능력향상프로그램’이란 미명하게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강도 높은 퇴출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지요. 책상을 빼고, 동료들에게는 대상자에게 말을 붙이지 말라고 했답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하루종일 직무능력향상계획을 쓰라고 하질 않나 아무도 없는 방에서 대기 하다가 퇴근하라고도 했답니다. 그러다 보면 대다수 신입사원들은 스스로 자존감이 훼손되고 고립감에 절망합니다.


신입노동자에 대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팁은 ‘쫄지말고 분노하라’는 것입니다.


상담을 해온 신입노동자들 대부분은 회사로부터 자신이 ‘회사와 잘 맞지 않는다’는 근거로 희망퇴직을 요구받았 답니다. 이를 통보받았을 때 대부분의 신입노동자들은 자신을 희망퇴직의 대상으로 선택한 회사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기 보다는 부끄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료나 상사들의 쑥덕거림에 위축되기 쉽상입니다.


그러나 회사의 정리해고 혹은 희망퇴직 요구에 ‘쪽팔리다’며 위축되는 것은 회사가 가장 노리는 것입니다.


오히려 의문을 제기하고 분노해야 합니다. 오랜기간 근무를 하면서 회사가 업무평가를 통해 판단한 것이라면 모르겠습니다. 엄격한 신규채용 절차를 거쳐 기업에 입사한 신입노동자들에게 ‘회사와 맞지 않는다’니요! 이건 자신들의 인사업무와 경영능력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회사에 당당하게 이야기 합시다.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기준이 뭔가요? 평가기준을 공개해 주세요.” 그리고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을 뒤져 회사의 업무평가기준을 숙지하고 그에 따른 업무평가가 이뤄졌는지 확인합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서면으로 평가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고 수용거부의사를 밝하시기 바랍니다.


상담 사례로 볼 때 일부 대기업이 형식적으로 수습근로자 평가를 진행했을뿐 대부분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일부 대기업이 시행한 수습근로자 평가 역시 상급자의 재량에 따른 주관적 평가가 주를 이뤘고요.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업무수행과정이나 결과와 무관하게 “업무처리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등의 개인적 감정이나 ‘근무부적응’이라는 포괄적 평가기준은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며 이를 근거로한 해고나 전직명령은 부당하다 판단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선고 2009합18721)


일단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회사가 제시한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의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게 됩니다. 정리해고 대상자인 신입사원이 희망퇴직을 거부할 경우 회사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직무향상프로그램이라는 미명하에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던져줍니다. 이는 다르게 해석하면 ‘갈굼당하다 그만둘래? 그냥 알아서 나갈래?’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입사원이나 입사한지 2~3년 내외의 사원급 직원들을 상대로 이뤄지는 정리해고나 희망퇴직 강요에 있어서 대상자 선정의 문제를 물고 늘어져 싸움의 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군이래 최대의 스펙이라는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가려 선발한 나의 능력을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자의적 판단으로 폄훼하고 자존감을 훼손한 회사에 강하게 나가야 합니다.


작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JTBC의 드라마 ‘송곳’에서 나왔던 명장면을 하나 소개할까요? 극중 푸르미 마트 본사의 정리해고 지시로 관리자들이 정리해고 대상자들을 갈구고 괴롭힙니다. 쫄아 있는 마트 노동자들에게 노동상담소 구고신 소장(안내상 역)이 교육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송곳.jpg



인간이 인간한테 어떻게 이렇게 독하게 구나 싶죠?
우리 인간 아니오.
뺏어도 화내지 않고
때려도 반격하지 않으니까.
두렵지 않으니까.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옵니다.
살아있는 인간은 빼앗으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웁니다.


그렇습니다. 부당함이 빤히 보이는 회사의 조치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쫄지 말고, 위축되지 말고 되받아 쳐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회사가 정리해고나 희망퇴직 거부에 대한 조치로 대기발령을 내리거나 해고를 통보하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나 부당대기발령을 신청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노동단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청년유니온(http://youthunion.kr/xe/)
알바연대알바노조(http://www.alba.or.kr/xe/mainVer2/)
‘노동OK’(http://www.nodong.or.kr/)
서울노동권익센터(http://www.labors.or.kr/)
한국노총 중앙법률원(1566-2020) 
민주노총 법률원(02-2670-9100)


사회로 내딛은 첫걸음에서 마주친 절망적인 현실은 여러분의 책임이 아닙니다. 자포자기 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힘을 내세요. 돌아보면 여러분의 손을 잡아줄 소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희 노동OK도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림은 두산그룹 사보와 JTBC뉴스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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