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건 따라잡기

상담소 2019.05.09 17:18
조회 수 48 추천 수 0 댓글 0

육아 때문에 휴일·초번 근무 거부해 해고…무효

“계약의무 거부, 해고 합리적” vs “두 아이 양육, 초번근무 어려워” 

수습직원의 자녀 양육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근무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321일 어린 자녀 양육을 이유로 초번근무와 공휴일근무를 거부한 수습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통보의 정당성을 다툰 재판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19.3.21. 선고, 2018구합50376). 초번근무란 교대제 근무제에서 근무시간을 전환하거나 휴게시간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형태를 말한다.

 

사실관계=원고인 A사는 6400명을 고용해 건물종합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재판 당시 A사는 B사로부터 광주순환도로 중 4구간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 중이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08년 616일부터 B사 서무주임으로 근무했던 근로자다. A사와 B사 간 도로 유지·관리 업무 도급계약을 체결하자참가인은 B사와 근로계약을 끝내고 A사와 2017년 41~2017년 630일까지 3개월의 수습근로계약을 체결했다.

 

5일간 무단결근, 9회 초번근무 거부가 본채용 거부 사유

 

A사는 수습근로계약 종료일인 2017년 630참가인에 대해 정식채용 부적격 대상자라며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수습기간 중 5일간 무단결근을 했고, 9회의 초번근무 지시를 위반했다는 게 부적격 대상이 된 이유였다.

 

수습직원의 자녀 양육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근무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A사의 본채용 거부통보에 대해 참가인은 2017년 711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전남지노위는 같은 해 9월 참가인에 대한 본채용 거부통보는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참가인이 수습평가를 통해 본채용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참가인이 휴무일에 관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그 후 무단결근을 계속한 점 종전 회사(B)에서도 참가인이 초번근무를 했던 점 등이 기각사유였다.

 

참가인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초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고중노위는 참가인의 손을 들어줬다중노위는 A사가 참가인의 무단결근 사정이나 이유를 적절하게 청취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참가인이 1세와 6세를 양육하는 일하는 엄마라는 점을 감안해초번근무지시에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이후 A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A사와 참가인 사이에 형성된 쟁점은 본채용 부적격을 이유로 한 근로계약 해지통보를 두고 약정된 노무제공 의무를 근로자가 어린 자녀 양육이라는 사유를 들어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그러한 근로자의 본채용 거부에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사는 약정 근로를 성실하게 이행해 줄 근로자가 필요하므로계약상 의무인 초번근무 및 공휴일근무를 거부한 참가인을 채용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참가인은 당시 1, 6세의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어서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아니하는 오전 이른 시간이나 공휴일에는 근무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초번근무 및 공휴일근무 거부를 이유로 이 사건 해고통보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양육을 이유로 초번근무와 공휴일근무를 거부한 수습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통보의 정당성을 다툰 재판에서재판부는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하여실질적으로 참가인이 근로자로서의 근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하였고그 결과 참가인이 초번근무와 공휴일근무를 수행하지 못하여 수습평가의 근태항목에서 전체 점수의 절반을 감점 당하는 결과가 초래된 만큼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A사의 본채용 거부통보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기업 존속을 위한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노동력을 제공하여 이익 창출에 기여하며 영유아 역시 장래의 인적자원이 된다는 점에서근로자들의 양육문제에 대하여 기업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거나 사용자의 배려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기준도 제시했다.

 

재판부의 판단=이에 따라 재판부는 초번근무가 통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보육업무를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출근할 것을 요구하므로어린 자녀를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참가인으로서는 정상적인 초번근무 수행이 곤란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참가인의 초번근무 지시 거부가 자녀양육과 충돌되는 상황에서 참가인의 초번근무 지시 거부에 대해 A사가 참가인에게 거듭하여 초번근무를 지시하는 외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한 A사 복무규정에 따라 정당성을 검토하고 배려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A사의 본채용 거부통보가 영유아의 양육은 사회적 연대로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기초로 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입법목적에 어긋나지 않는지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근로자 양육문제, “기업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

 

이에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취지에 따라참가인이 6세와 1세의 어린 자녀 양육 때문에 무단결근 또는 초번근무 지시 거부에 이른 사정을 A사가 헤아려 참가인에게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사업주는 만 8세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조정연장근로의 제한근로시간의 단축과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 지원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육지원에 관해 사용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노력의 정도나 구체적 대안은 회사의 제반 상황이나 여력을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A사의 인력현황이나 가동현황회사의 규모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휴일근무와 관련하여 참가인의 근로시간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대하는 것이 과도하거나 무리한 정도가 아니다라며,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합리적인 이유를 인정할 수 없어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판결은 사용자 업무지시의 정당성 여부 다툼에 있어서·가정 양립이라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목적을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와 경영환경에 따라 자녀양육에 대한 기업의 배려의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해석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근로자의 자녀양육에 따른 보육시설 설치 등의 여러 부담을 감수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불능력이 필수적이다사내 보육시설이나 인력의 활용이 용이한 대기업과 달리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영세기업은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도 어렵다.

 

그렇더라도 이는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 해결할 문제이지기업환경에 따라 법 해석을 통해 달리 적용할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1. 육아 때문에 휴일·초번 근무 거부해 해고…무효

    육아 때문에 휴일·초번 근무 거부해 해고…무효“계약의무 거부, 해고 합리적” vs “두 아이 양육, 초번근무 어려워” 수습직원의 자녀 양육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근무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
    Date2019.05.09 댓글0 조회48
    Read More
  2. 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위반 판단기준 엄격해져…통상임금 재산정해도 지불여력 있으면 지급해야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라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한다고 하여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그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추가 법정수당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Date2019.04.22 댓글0 조회84 file
    Read More
  3. 출퇴근 빙판길 낙상사고는 산재!

    출근길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사고는 출퇴근재해에 해당하고, 그 사고로 기존상병이 악화된 것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서울행정법원 2019.1.16. 선고, 2018구단61348) ‘출퇴근’은 업무수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과...
    Date2019.04.22 댓글0 조회73 file
    Read More
  4. 공정성이 결여된 채용절차의 위법성 그리고 사용자의 손해배상 의무

    채용절차가 객관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채용절차에 관여한 면접위원 등의 사용자로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서울남부지법 2018.10.11....
    Date2018.12.08 댓글0 조회372 file
    Read More
  5.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근무복장 및 용모규정등 취업규칙을 통해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대법원 2018.09. 선고, 2017두38560) 캐나다의 한 골프장에서 웨이트리스...
    Date2018.11.08 댓글0 조회454 file
    Read More
  6. 미투, 성희롱 피해자 도운 근로자 징계는 위법…손해배상도 해야

    서지현 검사, 미투, ‘미퍼스트’ 그리고 르노삼성 대법, 성희롱 피해자 도운 근로자 징계 위법…손해배상책임도 인정 사업장내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운 동료직원에게 불이익한 인사처분을 했다면, 회사가...
    Date2018.03.29 댓글0 조회1273 file
    Read More
  7. 휴게시간에 휴식·대기했다면 해당시간 임금 지급해야

    “휴게시간에 휴식·대기했다면 해당시간 임금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 2017.12.13. 선고, 2016다243078). 경비직 ‘근로시간 줄여 휴게시간 늘리기’에 제동 대법원 “휴게시간에 휴식·대기했다면 해당시간 임금 지급해야...
    Date2018.02.19 댓글0 조회2116 file
    Read More
  8. 포괄임금계약,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인정

    대법원이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다면 포괄임금제를 적용할 수 없으며 최저임금보다 낮게 책정된 포괄임금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네요. 노인요양보호사의 포괄임금제 적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인데요. 대법원 2부(...
    Date2017.12.04 댓글0 조회1646 file
    Read More
  9. 대학교 조교도 근로자, 퇴직금 지급해야

    최근(2017.11월) 고용노동부가 대학교 조교도 근로자라고 결정했네요. 그동안 대학교 조교는 캐디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대리기사 등과 같이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가 4대보험과 ...
    Date2017.11.13 댓글0 조회620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