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

위험의 하청화.
 
어렵지만 간단한 의미다. 대기업들은 시행하는 공사의 일부, 직접 운영하는 작업장의 시설의 보수 공사등을 도급이나 위탁등을 통해 처리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외주화 업무의 대부분은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이다. 그것 만이라면 다행이지만 최근들어서는 위험한 이들을 하청업체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3년전 동일본 대지진과 해일로 쑥대밭이 된 후쿠시마 원전의 복구 공사가 대표적이다.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원전사고 수습과정에서 피폭량이 높은 일은 대부분이 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의 몫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의 '2013년 중대재해 발생현황 보고 자료'토대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그리고 노동건강연대가 작성한 ‘2014 살인기업 선정식’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역시 위험의 하청화가 얼마나 광범위 하게 이루어지는 지 알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대부분이 대기업이 원청인 사업장이다. 재해 사망자 다수도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중대재헤 발생 수 1위(10명 사망) 사업장인 현대제철의 경우 10명 중 8명이 하청업체 소속이다, 그 뒤를 대우건설(10명 사망으로 2위)과 대림산업(9명 사망으로 3위)이 잇고 있다. 대우건설은 10명의 사망자중 8명이, 대림산업은 9명중 6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지금까지는 원청회사의 책임을 묻기가 어려웠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소속 노동자들로 하여금 직접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지시한 경우에 한해 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례역시 “도급을 준 다음 하청업체에서 수행하는 작업을 감시․감독하도록 한 데에 불과한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위 근로자들에 대하여 위 조항의 안전조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여수 대림산업 사업장의 사일로(시멘트등을 저장해 두는 용기)폭발사고에 대해 원청인 대림산업의 책임을 묻는 판결(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4도3542)을 내렸다. 해당 사고는 지난해 6월에 발생했다. 대림산업 사업장에서 사일로를 보수작업을 도급받은 ‘유한기술’이라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용접작업 도중 사일로 폭발로 6명이 숨진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원청인 대림산업과 안전보건담당자인 대림산업 여수공장의 공장장을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산업안전법 제 23조 제 1항에 따라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
2.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
3.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
 
즉 검찰은 당시 원청인 대림산업이 여수공장의 정기보수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사고발생 당일 작업을 맡은 유한기술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도록 감시∙감독했다.고 주장했다.
 
“대림산업 소속 근로자들이 산업재해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하청업체의 작업자들을 감시․감독하는 데에 그쳤다면, 대림산업에게 위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산업안전 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1심(1심(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3. 9. 30. 선고 2013고단954․1469․1727 판결)과 항소심심(광주지방법원 2014. 2. 19. 선고 2013노2217 판결)은 대림산업이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의 죄는 인정하되 산안법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해로 사망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주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사업주로부터 도급을 받아 제3자가 수행하는 작업을 현장에서 감시․감독하도록 지시한 경우에도 그 감시․감독 작업에 위와 같은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마찬가지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근로자에게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한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해당 조황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강선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8월호에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원청업체 사업주의 책임을 제한적이나마 일부 확장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산안법상 ‘사업주’의 개념을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하여 위험공간(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할하는 자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입법적∙행정적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판례(출처-대법원 2014. 5. 29. 선고 중요판결 요지)

2014도3542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자) 파기환송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사업주로부터 도급을 받은 제3자가 수행하는 작업을 현장에서 감시․감독하도록 지시한 경우에도 그 감시․감독 작업에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위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려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같은 법 제1조)과 같은 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항의 각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사업주가 같은 법 제23조 제1항 각 호의 위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실제로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같은 법 제67조 제1호에 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3700 판결 참조). 그리고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제1호),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제2호),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제3호)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로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근로자에게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한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하며(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사업주로부터 도급을 받은 제3자가 수행하는 작업을 현장에서 감시․감독하도록 지시한 경우에도 그 감시․감독 작업에 위와 같은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여수 산업단지 폭발사고와 관련하여,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직접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 아니라, 위 작업을 도급 준 다음 수급업체에서 수행하는 작업을 지시․감독하도록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그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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