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

개정 노조법 부칙 제4조에서 말하는 ‘이 법 시행일’이라 함은 법의 원칙적 시행일인 2010.1.1.이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규정의 시행일인 2011.7.1.로 봄이 상당하다(대법 2012마858, 2012.11.12)

요 지】1. 개정 노조법(2010.1.1. 법률 제9930호) 부칙 제4조는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이 법 시행으로 갑자기 교섭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여 그때까지 진행된 단체교섭의 성과를 무위로 돌리고 새로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단체교섭을 하여야 하는 불이익과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법 부칙 제4조의 입법 취지는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규정의 시행일인 2011.7.1.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구현되어야 한다.

2. 개정 노조법(2010.1.1. 법률 제9930호) 부칙 제4조에서 말하는 ‘이 법 시행일’이라 함은 법의 원칙적 시행일인 2010.1.1.이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규정의 시행일인 2011.7.1.로 봄이 상당하고,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는 의미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에 대하여 법 본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이 인정된다는 것이 아니라 2011.7.1. 이후에도 교섭당사자로서의 지위가 유지되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존의 단체교섭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3.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1.7.1.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으로서 법 부칙 제4조에 따라 2011.7.1. 이후에도 교섭당사자로서의 지위가 계속 유지된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법 부칙 제4조가 적용되지 않음을 전제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이 정당하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법 부칙 제4조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참고 칼럼

 

[매일노동뉴스 칼럼] 실패 입증된 노동정책 되돌려야

김형동 한구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지난 12일 대법원이 큰 판결 하나를 내렸다. 사업 및 사업장 단위에서의 복수노조 간 교섭창구 단일화 시행일이 2011년 7월1일이라고 선고한 것이다.최종 결과는 환송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대법원 판결은 적지 않은 수의 노동조합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임에 분명하다. 우선 각 법원의 엇갈리는 판결 속에서도 명쾌한 논리와 법리로 끝내 대법원을 설득해 낸 변호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판결이 아니었다면 그동안 조직들에게 해온 답변들이 거짓말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법은 입법자가 제정한 그대로 집행하라”고 꾸짖는 듯하다. 법문에서 명확히 교섭창구 단일화 시행일을 명시하고 해석의 여지가 없으므로 그에 따르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통과된 2010년 1월1일을 시행일로 고집했다. 일부 사용자 단체들은 이때다 싶었던지 2011년 7월1일 현재 교섭을 진행하고 있던 노조의 법률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교섭을 하던 노조들은 노동부 지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창구단일화 절차에 응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법률상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와 지위를 노동부가 앗아 간 것이다.

그러나 어떤가. 대법원과 다수의 법원에서 밝혔듯이 노동부의 의견이라면 ‘2010년 1월1일부터 2011월 7월1일까지’ 무려 1년6개월간 계속해 단체교섭을 진행한 경우라야 부칙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장기간 쟁의 상태에 있지 않고서야 이런 경우를 찾을 수 있기나 한가. 실제 2011년 7월1일에서야 사업 및 사업장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에 나서지 않았던가.

다만 대법원은 시행일 당시 교섭 중인 노조라고 하더라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단지 교섭당사자로서의 지위만 인정받을 뿐이라고 그 의미를 제한했다. 창구단일화를 거친 노조와의 형평을 고려한다면 일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섭대표노조로 본다”는 법문을 부정하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

누가 봐도 당연한 법률이 노동부의 왜곡된 해석으로 현장의 오해와 혼란을 불러 온 것이다. 뒤늦었지만 법적용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됐다. 차후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입법을 함에 있어 논란의 여지를 없애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노동조합(지부)에게는 축하인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시행일 문제로 노·사 간 교섭이 중단됐던 여타 노조도 같은 처지다. 문제가 일어난 지 1년4개월이나 됐기 때문이다. 조합원 수에서 열세로 전락한 노조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당시 법문에 따라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만 인정받았더라도 안정적으로 단협을 체결하고 정상적인 노조로 운영되지 않았겠는가. 일부이긴 하지만 더 나쁜 사례도 있다. 몇 몇 사용자들은 이 같은 혼란을 틈타 사용자 편향의 노조를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노조활동을 해 오던 기존 노조는 설자리를 잃고 만 것이다.

이들이 입은 피해는 누구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 1차적인 책임은 노동부가 져야 하는 게 아닌가.

이번 사건은 최근 4~5년간 노동현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반영된 정부의 노동정책은 그야말로 월권이자 위법이었다. 공공기관 노·사가 체결한 단협을 시정토록 명하고 이행정도에 따라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도 철저한 보호가 필요한 대졸 신입초임자들의 임금을 무자비하게 삭감했다. 물가는 한없이 올려놓고서 정작 비정규직들을 위한 최저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노조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타임오프를 노조활동 파괴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 악용했다.

이런 정책은 정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 다음 정부를 책임지겠다는 후보들은 앞다퉈 위 정책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당 후보도 다르지 않다. 이번 판결도 정부정책이 크게 잘못된 것에 대한 평가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진정한 용기라 했다.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다시 시작하자. 물론 피해를 입힌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그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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