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산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헌재, ‘심판대상조항’ 위헌…내년말까지 산재보험법 개정해야 

산업사회의 발달로 생산과정에서 근로자의 재해발생은 불가피한 현상이 됐으며, 작업 중 사고를 당한 근로자와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적 과제로 등장했다. 산업재해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사회보험인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예방과 그 밖의 근로자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고 ▲불의의 재해에 따른 사업주의 경제적 부담을 분산·경감시켜 안정된 기업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사업주인정출퇴근-산재-위헌

합헌결정 3년만에 위헌결정

2016년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은 위헌이라고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16.9.29. 선고 2014헌바254). 동일한 내용의 사건에 대해 지난 2013년 9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정족수 6인에 미달(합헌 3명, 헌법불합치 5명)해 내린 합헌결정을 3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에따라 도보나 혹은 자가용이든 대중교통수단이든 상관없이 발생한 출퇴근 사고는 모두 산재로 인정받는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유

첫째, 도보나 자기소유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이하 ‘비혜택근로자’라 한다)는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이하 ‘혜택근로자’라 한다)와 같은 근로자인데도,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다고 볼 수 없는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이하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

둘째,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의 전 단계로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사실상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 시각과 근무지에 기속된다. 대법원은 출장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데, 이러한 출장행위도 이동방법이나 경로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통상의 출퇴근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

셋째, 사업장의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비혜택근로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하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없는데,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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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국제노동기구(ILO)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에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의 한 유형으로 인정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다섯째, 보상이 가능한 출퇴근 재해의 범위를 합리적 경로와 방법에 따른 출퇴근 행위 중 발생한 재해로 한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산재보험 재정악화나 사업주 부담 정도를 해결할 수 있다. 반면에 심판대상조항으로 산재적용을 받지 못해 초래되는 비혜택근로자와 그 가족의 정신적·신체적 혹은 경제적 불이익은 매우 중대하다.

공무원의 업무상 재해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의 경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는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해석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사고 유형별로 분류해 재해인정기준을 세분화하고 있다. 업무상 재해시 무과실주의를 적용하지 않고 법령의 위반 또는 음주 등 중과실이 있는 경우 유족보상금, 장해연금 또는 보상금을 감액한다.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상 재해보상급여 사고 상황별 신청현황(2009~2013년)’에 따르면, 공무원 재해 중 출퇴근 재해는 10% 내외이고 그 중 자동차에 의해 발생한 사고가 70% 정도다.

외국의 입법례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협약 제121조(산재보험 통근재해보상제도의 도입)을 체결한 국가 중 2/3 이상이 통근재해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그 적용 방식은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일반적인 업무상 재해와 동일하게 출퇴근 재해를 적용하고 있으나(일원화), 일본의 경우 일반적인 업무상 재해와 달리 통근재해를 별도로 적용하고 있다.(이원화)

출퇴근 재해 인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동계의 개정 요구가 있었고, 지난해부터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산재보험 개정 논의도 진행했으며, 정부 또한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17년 12월31일이라는 입법시한까지 제시됐다는 점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신속·공정한 보상,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 등 산재보험법 목적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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